‘남양주시 문서기록관’ 선넘은 관급자재… 건설업계 반발

남양주도시공사 공고 논란… 총공사비 53억 중 39억 자재 직접 구매
도내 업계 “사실상 분리발주 법령 위반 소지” 지적… 市 “문제없다”

남양주시 문서기록관 조감도. 남양주시 제공
남양주시 문서기록관 조감도. 남양주시 제공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남양주시 문서기록관 건립 사업’ 건축공사에서 관급자재 비율이 과도하게 책정, 업계 반발이 커지고 있다.

 

업계는 “남양주시가 사실상 분리 발주한 것”이라며 “지자체가 나서서 건설업계를 말살하려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6일 경기일보 취재에 따르면 남양주시는 현재 문서기록관 건립을 위한 건축공사를 추진 중이다. 발주처인 남양주도시공사는 지난달 8일 해당 사업의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공고에 따르면 총공사비는 53억원 가량이며, 이 중 관급자재 비용이 39억원으로 전체 금액의 약 74%에 달한다.

 

관급자재는 일반적으로 도급 공사비에 포함되지 않으며, 발주처가 자재를 직접 구매하고 설치까지 주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하자 책임이 명확하고 공정관리에도 지장이 없는 경우에만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허용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이번 공사에서는 골조 공사와 철거공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공종이 관급자재로 지정되며, 업계는 사실상 ‘분리발주’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2023년 7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지방계약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관급자재 적용 요건을 강화한 바 있다. 현행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77조’ 역시 공사의 분할계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공종을 분리할 경우에도 품질·안전·공정관리에 지장이 없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이번 남양주시의 공사 추진을 놓고 단순한 효율성 저하를 넘어 법령 위반 소지까지 있다고 보고 있다. 외장재부터 마감재까지 대부분을 관급으로 설치하는 방식이 되면 ‘자재업체가 실질적인 시공을 맡게 되는 구조’가 돼 자칫 국민 안전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관급자재 적용이 사실상 설계단계에서 설계용역업체에 의해 결정되고, 발주처는 이를 기술 검토 없이 수용하는 관행도 문제로 지목됐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관계자는 “이번 남양주시 문서기록관 사업은, 설계업체가 자재를 다 설치해 놓으면 건설사는 현장에서 실리콘만 쏘게 되는 꼴”이라며 “이렇게 공사하고 나면 사후관리 책임은 설계업체에 있는 것인가, 건설사에 있는 것인가 불분명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자체에서 이러한 방식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건물 관리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사들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 관계자는 “내부 규정과 절차를 준수해 설계가 정상적으로 완료된 건으로 법적인 문제는 없다”면서 “문서기록관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보관시설 등이 포함돼 관급자재 비율이 높게 책정됐을 뿐, 이러한 시설을 제외하면 여타 공사와 관급자재 비중은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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