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 “다양한 지방자치 모델 품고...미래 활짝” [창간 37주년, 파워 경기]

정책·예산 등 주민 참여 기회 대폭 확대, 지역 경쟁력·국가 균형발전 견인차 역할
수원 등 경기지역 4곳 ‘상생 발전’의 축, 성공 안착 위한 행정·재정 권한 확보 필요
‘强시장 弱의회’ 평가… 지방의회 현주소, 합리적 견제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해야

2025년은 주민이 직접 자신이 속한 단체장을 선출한 ‘민선 자치’가 시행된 지 30주년을 맞는 해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 최다 인구와 지역내 총생산(GRDP), 분야별 행정 수요를 보유한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은 “경기도에서 다양한 지방자치 모델이 나올 수 있고 이는 타 시도가 벤치마킹해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경기일보는 창간 37주년을 맞아 임 회장에게서 지금까지의 지방자치 30주년 성과와 앞으로의 30년 과제, 경기도의 역할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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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빈 한국지방자치학회장이 경기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자치 30주년 성과 및 미래 30년을 위한 과제와 경기도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Q. 30주년을 맞은 민선 지방자치 성과를 꼽자면.

A. 크게 네 가지 성과가 있다고 본다.

 

첫째, 주민의 정책 참여 기회가 대폭 확대됐다. 주민자치회, 주민참여예산제 등으로 주민이 직접 지역의 의사 결정에 참여,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지역 특성에 맞는 정책 개발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과거 정부가 단체장을 임명하던 관선시대에는 획일적인 정책이 주로 시행됐다면 민선 자치 후에는 지역 특성과 실정에 맞는 정책 개발이 이뤄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연스럽게 주민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지게 됐다.

 

때문에 세 번째, 국가 균형발전이 촉진됐다. 지역이 서로 경쟁하고 벤치마킹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상호 발전이 이뤄진 것이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성과는 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킨 점이다. 지방자치는 곧 주민의 의사로 지역을 이끌고 그 지역들이 모여 국가를 이끌어가는 토대이기 때문이다.

 

Q. 지방자치 측면에서 경기도의 위상을 평가한다면.

A. 경기도는 지방자치 진척 정도와 향후 발전 가능성 측면에서 다른 시도 대비 상당히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경기도는 인구, 소속 기초단체, 산업 기반, 도시·농촌·어촌 전체를 아우르는 행정 수요 등 지방자치에 필요한, 지방자치를 위한 모든 요인을 전국에서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지역이다.

 

또 지방자치에 대한 경기도민의 인식도 다른 지역보다 높다고 평가한다. 이는 바꿔 말하면 경기도의 지방자치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당히 발전돼 왔으며 앞으로도 경기도에 지방자치 발전을 견인할 힘이 있다는 것이다.

 

Q. 지방시대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수원·용인·고양·화성 등 특례시가 갖는 의의는.

A. 현재 우리나라에는 경기도에 4곳, 경남 창원까지 총 5개 지역이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 즉 특례시로 지정돼 있다. 특례시는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유형의 지방자치 모델로 경기도에 거의 모든 특례시가 집중돼 있다. 사실 도시 인구가 100만명을 넘기면 광역시로 승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들이 모두 광역시로 독립하면 이들이 원래 속해 있던 광역단체, 인접 시·군인 ‘잔여 지역’이 낙후하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광역시에 준하는 권한을 정부와 광역단체가 대도시에 부여해 늘어난 행정수요, 도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으로서 특례시 제도가 등장한 것이다. 다시 말해 수원·용인·고양·화성특례시는 광역시 수준의 지위와 특례를 부여받아 인접 시·군, 경기도와 함께 성장하는 상생 발전의 축이 됐다. 특례시 제도가 안착한다면 대한민국 지방자치는 경기도를 중심으로 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Q. 현재 특례시들은 정부, 광역 단체에 행정·재정 권한 부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A. 특례시 제도 안착과 활성화를 위해 가장 필요한 과제는 명시적인 특례 뿐만이 아닌, 실질적 사무·재정 권한 부여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는 민선 자치 30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뤘지만 여전히 중앙정부의 영향력이 비대해 지역 특성을 100%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가장 핵심 요인은 지방의 낮은 재정자립도라 할 수 있다. 쉽게 설명하면 우리나라는 세수의 80%는 정부에, 20%는 지방에 돌아간다.

 

이에 지방이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수행하려 해도 정부가 재정을 보조하지 않는 이상 추진이 어려운 실정이다. 때문에 특례시가 재정 권한 부여를 이야기하는 것이며 정부가 지방세율 조정, 자체 수입 확대권 등 재정 권한을 과감하게 이양, 특례시가 지역 발전에 필요한 여러 재정을 스스로 확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사무 권한도 마찬가지다. 지방자치가 발전하려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자치 모델 구축이 필수다.

 

화성시는 화성시 나름의 특색이 있고 수원시는 수원시 나름의 특성이 있으며 상호 보완이 가능한 지점도 분명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정부도 일괄적인 특례 사무 이양을 추진하기보다는 특례시별 특성에 맞는 자치 모델을 구축해 필요한 권한을 개별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지방의회도 의회 독립을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는데.

A. 사실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강(强)시장 약(弱)의회’로 평가받는다. 지자체장 대비 의회 권한이 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지자체가 독단 행보를 보일 경우 견제나 민주적인 통제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광역의회, 특례시의회를 중심으로 지방의회가 권한 확대를 요구하는 것이며 실제 지방의회가 좀더 많은 권한을 갖고 지자체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시행으로 지방의회는 일부 인사권과 정책지원관을 얻었지만 자체 예산 편성권이나 입법권이 없는 등 갈 길이 먼 것이 사실이다. 현재 지방의회는 조례 제정 시 법률과 시행령 모두의 범위를 넘어설 수 없다. 지역 특성에 걸맞는 제도를 만드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또 국회와 달리 자체적으로 예산을 편성할 수 없고 지자체가 편성한 예산안만 심의할 수 있다. 지방의회가 지자체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능동적으로 견제하려면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자유롭게 입법 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조직과 예산 편성 권한도 함께 가져가야 한다.

 

Q. 특례시 지정 요건 다변화 목소리도 일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는.

A. 현재 경기 지역에서는 안산, 성남 등 인구 50만 이상 도시들이 특례시 추가 지정 목소리를 내고 있다. 행정 수요 인구, 다문화 인구 등 지역별 특성을 반영한 특례 부여가 필요하다는 것인데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 하다고 평가된다.

 

인구 50만 이상 도시 역시 100만 이상 도시와 마찬가지로 많은 행정 수요와 도시 문제를 안고 있어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는 게 첫 번째 이유고 이제는 우리나라 인구가 증대가 아닌 감소로 전환돼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두 번째 이유다.

 

저출생·고령화가 지속되는 지금, 지방자치는 성장과 확대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전환해 지역 특성을 반영한 ‘콤팩트화’를 추구해야 한다.

 

경기 지역 역시 기존 4개 특례시 외 다른 도시들이 필요한 특례를 정부, 경기도로부터 이양 받아 특색 있게 발전하고 협력한다면 결국 경기도의 발전을 함께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경기도와 시·군이 서로를 이끌며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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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빈 회장은…

▲ 건국대 행정학 박사 ▲ 성결대 행정학부 교수 ▲ 한국정책과학학회장(2020년) ▲ 한국지방계약학회장(2022~2024년) ▲ 국제지역학회 부회장(2025년) ▲ 행정안전부 공유재산 정책협의회 위원 ▲ 지방자치30년 평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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