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호 여사는 이날 오후 평양시내 동평양지구 대동강구역 문수거리에 위치한 북한 최대의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평양산원’을 방문. 이 여사는 김진수 원장(64·여)으로부터 산원 시설과 진료과목 등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를 받은 뒤 1층 TV면회실에서 화면에 나온 산모와 화상통화를 통해 “화면을 통해 만나뵈서 반갑다. 좋은 곳을 방문해 기쁘고 특히 규모가 크고 여성들에게 특별히 좋은 곳이라고 생각한다. 많이 보고 참고하겠다”고 대화. 이 여사는 이어 3·4층 입원실을 찾아 산모 2명과 얘기를 나눴고 2층 종합실험실과 구강실, 초음파실, 초음파진단실, 입원실, 물리치료실 등을 차례로 둘러보며 산원관계자들과 입원중인 산모들을 격려. 김 원장이 산원을 둘러본 소감을 묻자 이 여사는 “어머니가 건강하고 아이가 건강하라고 일찌감치 이렇게 큰 산원을 짓고 여러 여성들에게 혜택을 주도록 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답변. ○…김대중 대통령이 14일 오전 11시 수행원, 취재단과 함께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으로 이동할 때 인도를 거닐던 시민과 학생들은 손을 흔들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남북정상회담 취재진이 인민대학습당과 보통교, 낙원교, 광복로 등을 거쳐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으로 가는 동안 ‘남쪽 손님’을 알아차린 시민과 학생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거나 두 손을 맞잡아 머리위로 올렸다. 심지어 자전거를 타고가던 평양시민들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채 손을 흔들었다. 평양시민들의 이같은 적극적인 ‘환영분위기’는 김 대통령의 방북 첫날인 13일 평양 순안공항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나가 김 대통령을 영접하고, 백화원 영빈관에서의 남북정상회담 소식이 이날 저녁부터 TV톱뉴스로 보도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안내원들은 한결같이 “김 대통령 등 남쪽 손님들을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가 시민들 사이에서 자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취재원의 안내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정상회담에서처럼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처음”이라며 “신문과 방송 등에서 주요뉴스로 보도돼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북측은 남북정상회담 취재진의 프레스센터가 설치돼 있는 고려호텔에서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으로 이동할 때 지름길 대신에 이보다 2배 이상 먼 길을 통해 목적지에도착했다. 한 안내원은 이에 대해 “평양시내를 잘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양=공동취재단
존경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위원장, 그리고 자리를 함께 하신 남과 북의 지도자 여러분! 저의 초대에 기꺼이 응해 주셔서 이처럼 성대한 만찬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을 다시 없는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7천만 우리 민족의 마음이 여기 평양을 향해 집중되어 있습니다. 또 전세계의 눈과 귀가 이곳에 모아지고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저는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비로소 민족의 밝은 미래가 보입니다. 화해와 협력과 통일에의 희망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 날이었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저는 저의 평생에 북녘 땅을 밟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감(悲感)한 심정에 사로잡힌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오늘의 이감격을 무엇에 비하겠습니까. 남과 북의 지도자 여러분! 우리 민족은 역사 속에서 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지난 근대사 100년은 우리 민족에게 참으로 혹독한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35년간의 일제 식민지배가 그렇습니다. 그로 인한 분단과 전쟁이 그렇고, 지금까지 남북을 갈라놓은 철책선이 그렇습니다. 이 모두 19세기 조선왕조 말엽, 민족적 단합과 근대화의 개혁을 요구하는 역사의 요청을 저버린데 그 원인이 있었습니다. 이제 지난 100년 동안 우리 민족이 흘린 눈물을 거둘 때가 왔습니다. 서로에게 입힌 상처를 감싸주어야 할 때입니다. 평화와 협력과 통일의 길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21세기 첫 해에 우리 양측의 정상들이 한 자리에서 만난 이유입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부여해준 사명입니다. 우리는 이 사명을 수행하는데 결코 실패해서는안되겠습니다. 저는 김정일 위원장의 초청과, 오늘 역사적인 정상간에 합의를 도출하는데 이를적극적으로 인도해주신 김정일 위원장과 여러분께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역사적인 만남을 계기로 남과 북이 함께 화합과 협력의 길로 나아가야 겠습니다. 그리고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인류 역사상 최대의 변혁기인 세계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응해서 민족의 미래를 크게 열어 나가야 겠습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 여러분! 이제 우리는 출발점에 섰습니다. 그 동안 쌓였던 불신을 털어내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아 나가야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에 취임한 이래, 남과 북이 전쟁의 재발을 막고, 상대방을 해치지 않으며, 교류와 협력을 확대해 나가자는 3대원칙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습니다. 그리하여 한반도에서 20세기의 유산으로 남아있는 냉전적 요소들을 말끔히 청산하고 남과 북이 우선 평화롭게 공존공영하자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7천만 우리 민족이 하루도 잊어본 적이 없는 통일로 향하는 가장 탄탄하고 효과적인 지름길 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한민족 한겨레입니다. 공동의 운명 속에 사는 민족입니다. 성의를 가지고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안될 일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는 멀지않아 통일에의 목적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께서 김일성 주석이 서거한 이래 우리 민족 전래의 윤리에 따라 3년상을 치른 그 지극한 효성에 감동하였습니다. 그리고 정치적 안정을 이룩하고 대외관계와 경제발전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신데 대하여 경의를 표합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우리는 진정으로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고자 서로 힘을 합칠 것을 제의하는 바입니다. 앞으로 남북간에 협력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두 사람과 책임있는 당국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를 통해서 서로 이해를 넓히고 믿음을 쌓아가면 협력 또한확대될 것입니다. 드디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평화가 가득차고 한강과 대동강에서 번영의 물결이 넘칠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통일이 올 것입니다. 존경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저는 믿습니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민족 스스로 열어 나갈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저는 김정일 위원장께서 얼마 전 중국을 방문했을 때 ‘한반도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씀하셨다는 보도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우리 민족은 이제 불신과 적대감을 버리고 화해와 협력을 선택하는 지혜와 용기를 세계에 보여줄 수 있습니다. 또한 남과 북에서 애타는 심정으로 재결합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산가족이 가까운 시일 안에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인도적인 결단도 우리는 보여주게 되었습니다. 남과 북의 지도자 여러분! 저는 지난 40여년 동안 참으로 많은 박해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무엇도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을 위해 헌신 하겠다는 저의 의지를 꺾지 못했습니다. 저는 7천만 민족의 간절한 염원이며 또 저의 평생 소망이기도 한 조국의 평화적통일을 이루는데 헌신하고자 하는 열망을 한결같이 간직해 왔습니다. 이를 위하여 우선 김 위원장과 저부터 남과 북이 서로 신뢰하고 평화롭게 공존공영하는 기틀을 다지는데 헌신하고자 합니다. 우리 모두가 반세기의 분단이 가져다 준 서로에 대한 불신의 벽을 허물고, 이땅에서 전쟁의 공포를 몰아내며 교류협력의 시대를 여는데 힘과 지혜를 모읍시다. 이제는 6월이라는 달이 민족의 비극이 아닌 내일에의 희망의 달로 역사에 기록되어야 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땅에서 영원히 살아갈 우리 후손들에게도 가장 자랑스러운 달로 기억돼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저의 초대에 응해 주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영남 위원장, 그리고 모든 내빈 여러분에게 감사드리며, 김 위원장의 건승과 참석자 여러분의 건강, 그리고 7천만 민족의 희망의 성취를 위해 축배를 들것을 제안합니다. 김정일 위원장! 북쪽의 지도자 여러분! 서울에서 만납시다.
김대중 대통령은 14일 오후 1시15분부터 이희호 여사와 함께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 2관에 도착, 공식수행원들과 오찬을 함께 했다. 김 대통령은 전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환대에 이어 이날 오전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공식 면담이 잘 진행됐기 때문인 듯 환한 얼굴이었다. 공식수행원들도 밝은 표정으로 김 대통령과 평양냉면 등 음식을 화제로 환담했다. 김 대통령은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서울에서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고 있느냐”고 물었고, 박 장관은 “자세히 점검해 보고 드리겠다”고 답했다. 김 대통령은 공식 면담이 다소 늦어진 관계로 만경대 학생소년궁전의 공연일정도 자연 지연돼 오찬을 당초 예정보다 늦은 시간에 했다. 이날 옥류관측은 김 대통령을 위해 쇠고기 등을 3시간 이상 끓여 냉면육수를 만드는 등 정성을 다했다고 식당 접대원은 전했다. 냉면에 앞서 해삼과 족발찜(발족찜), 꿩고기, 완자 등이 함께 나왔다. 옥류관은 평양 중구역 승리거리에 50년대 말 건립된 식당으로, 1천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평양에서 가장 큰 음식점이다. 옥류관은 구슬같이 물이 흐르는 옥류교 옆에 지어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평양=공동취재단
김대중 대통령은 14일 “김정일 위원장, 북쪽의 지도자 여러분 서울에서 만납시다”라며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을 공식 초청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저녁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단독 회담이 끝난 뒤 평양시내 목란관에서 열린 김 대통령 주최 만찬 연설에서 “김 위원장과 저는 정상회담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어 김 대통령은 “이제 비로서 민족의 밝은 미래가 보인다”면서 “화해와 협력과 통일에의 희망이 떠오르기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에게 “우리는 진정으로 남과 북이 서로 협력해 공동의 번영을 이룩하고자 힘을 합칠 것을 제의하는 바”라면서 “앞으로 남북간에 협력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리 두 사람과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지속적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통령은 또 “남과 북에서 애타는 심정으로 재결합을 기다리는 수많은 이산가족이 가까운 시일안에 혈육의 정을 나눌 수 있는 인도적인 결단도 보여주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김 대통령은 “지속적인 대화와 교류를 통해서 서로 이해를 넓히고 믿음을 쌓아가면 협력 또한 확대될 것”이라며 “드디어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평화가 가득차고 한강과 대동강에서 번영의 물결이 넘칠 것이며 마침내 꿈에 그리던 통일이 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평양=공동취재단
존경하고 사랑하는 평양시민 여러분. 그리고 북녘동포 여러분! 참으로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이 보고 싶어 이곳에 왔습니다. 꿈에도 그리던 북녘 산천이 보고 싶어 여기에 왔습니다. 너무 긴 세월이었습니다. 그 긴 세월을 돌고 돌아 이제야 왔습니다. 제 평생에 북녘 땅을 밟지 못할 것같은 비감한 심정에 젖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평생의 소원을 이루었습니다. 남북의 7천만 모두가 이러한 소원을 하루 속히 이루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무엇보다 저와 우리 일행을 초청해주신 김정일 위원장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들을 이처럼 따뜻하게 맞아주시는 여러분에게 또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남녘 동포들의 따뜻한 안부의 정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남녘 동포의 뜻에 따라 민족의 평화와 협력과 통일에 앞장서고자 평양에 왔습니다. 남녘 동포가 이번 김정일 위원장과 저의 회담에 거는 기대만큼이나 북녘 동포여러분의 기대 또한 크리라 생각합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꿈만 같던 남북 정상간의 만남이 이루어진 만큼 지금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갈 것입니다. 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함께 남과 북 우리 동포 모두가 평화롭게 잘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모든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평양시민 여러분, 그리고 북녘 동포 여러분! 반세기 동안 쌓인 한을 한꺼번에 풀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작이 반입니다. 이번 저의 평양 방문으로 온 겨레가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통일의 희망을 갖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하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미처 이루지 못한 것은 2차, 3차 만남을 거듭해 반드시 해결해 내겠습니다. 김정일 위원장과 저에게 평양시민과 북녘동포 여러분의 힘찬 응원과 격려를 보내 주십시오. 북녘동포 여러분! 우리는 한 민족입니다. 우리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우리 굳게 손잡읍시다. 저는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평양=공동취재단
김대중 대통령이 13일 오전 10시 25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을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비롯해 북측 주요인물들이 공항에 나와 김 대통령을 영접했다. 이날 위성중계된 TV방송 장면에 잡힌 북측 주요 영접인물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국태·김용순·최태복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등으로 이들은 김 국방위원장과 함께 비행기 트랩 앞까지 걸어가 김 대통령을 영접했다. 이외에도 민족화해협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김윤혁 상임위 서기장이 김 대통령을 맞이했다. 기내 영접을 담당해 특히 눈길을 끌었던 북측 인사는 ‘금수산기념궁전 외사국장’ 전희정으로 김일성 주석 생존때에는 ‘주석부 외사국장’을 맡았다. 의장대 사열을 마친 뒤 김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북측 인사 가운데에는 강석주외무성 제1부상, 송호경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 양만길 평양시 인민위원장, 안경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서기국장 등 낯익은 얼굴들도 눈에 띄었다. 김 국방위원장의 부인 김영숙씨는 공항에 나오지 않았고 당 중앙위 비서 가운데 한성룡(경제 담당), 김기남(선전 담당), 김중린(노동단체 담당), 전병호(군수 담당), 계응태(공안 담당) 비서 등은 보이지 않았다. 이 외에 백남순 외무상의 모습도 TV중계 장면에는 보이지 않았다. 관계당국은 이번 공항 영접에 참석한 북한측 인사들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및 대남사업 관련 인물들이 많이 포함된 것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평양=공동취재단
북한 방송들은 13일 오후 5시 김대중 대통령의평양 방문 소식을 보도했다.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오후 5시 정규 보도시간대에 “이번 상봉과 회담은 7·4 북남 공동성명에서 천명된 조국통일 3대원칙을 재확인하고 민족의 화해와단합, 교류와 협력,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데서 전환적 국면을 열어놓는 역사적인 계기로, 민족주체적 노력으로 통일성업을 이룩해 나갈 겨레의 확고한 의지를 과시하는 중대한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방송들은 “평양의 60여만 시민들이 역사적인 평양 상봉과 북남 최고위급 회담을 위해 오는 김대중 대통령과 그 일행을 동포의 정으로 뜨겁게 환영했다”고 이날 평양시 분위기를 전했다. 이어 “환영군중은 남측 대표단의 이번 상봉과 회담 길이 7천만 겨레와 인류 양심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외세에 의해 갈라진 조국을 민족 자주로 통일하고 민족의 단합된 힘으로 강성부흥의 새 조국을 일떠세우는 데 기여하는 정의로운 길이 될 것 이라는 기대를 표시하며 열렬히 환영했다”고 말했다. 북한 방송들은 “역사적인 평양 상봉과 북남 최고위급 회담을 위해 오늘 남측 대표단이 평양에 도착했다”며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김대중 대통령을 비행장에서 따뜻이 영접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인민군 육해공군 명예위병대 사열, 어린이들의 꽃다발 증정, 명예위병대의 분열행진 소식 등을 보도하고 김 대통령이 “서면으로 도착성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방송들은 김 위원장이 김 대통령과 함께 차를 타고 김 대통령 숙소까지 동행했으며 숙소에서 환담하고 김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전했다. 이날 비행장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겸 군총정치국장,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 김국태·김용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윤혁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서기장, 김영대 사회민주당 중앙위원장, 기타 당·정권기관·사회단체·내각의 성·중앙기관 간부들이 나왔다고 방송은 전했다. 한편 위성중계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 정규 보도시간에 김 대통령의 평양방문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으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김 대통령의 방북 사실을 보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방송들은 두 정상을 ‘김대중 대통령’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 ‘경애하는 김정일 동지’로 각각 호칭했다./평양=공동취재단
분단 이후 처음으로 ‘대한민국’과 ‘REPUBRIC OF KOREA’라는 문구 및 태극마트가 선명하게 새겨진 특별기와 민항기 등 항공기 2대가 13일 오전 항공로를 통해 북녘땅 평양 순안공항에 내려앉았다. 김대중 대통령과 공식수행원을 태운 특별기와 특별·일반수행원과 공동취재단을 태운 아시아나 B-737기(1002편)는 이날 오전 9시45분께 북위 38도선을 넘어 북측 영공으로 들어갔다. 남북간의 ‘하늘 길’이 막힌지 55년만에 처음으로 열린 순간이었다. 창을 통해 들어온 북녘땅은 옅은 구름에 덮여 자세한 풍광을 볼수 없었다. 기내에는 곳곳에서 가벼운 흥분과 술렁거림이 일었으며 55년동안 막혔던 무거움에 비해 막혔던 장벽은 너무 가볍게 뚫렸다. 나지막한 동산, 도로, 하천 등 북녘의 풍광은 남녘땅과 다를 바 없었다. 논에는 모내기를 하기 위해 곳곳에 물이 차 있었으며 북한주민들이 모내기를 하는 광경이 보였고 일부 주민들은 일손을 멈추고 남측 대표단의 비행기를 쳐다보기도 했다. 공항 주변의 동산에는 돌을 모아 새긴 것으로 보이는 ‘위대한 주체사상 만세’라는 구호가 눈에 띄기도 했다. 평양 순안공항 주변은 소박하지만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었고 각종 시설물도 새롭게 단장한 모습이었다. 공항 주변에는 양복과 군복차림의 북측 경비요원들이 곳곳에 배치돼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었다. 특별기는 서울공항을 먼저 출발했으나 평양 현지 행사관계로 수행원을 태운 아시아기보다 15분정도 늦은 10시27분께 평양 순안공항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수행원을 태운 아시아나기의 바퀴가 평양 순안공항에 굉음을 내며 닿자 기내에서는 일제히 “와”하는 탄성과 함께 힘찬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공항 환영행사를 끝내고 오전 10시50분 순안공항을 떠난 차량행렬은 20분만인 11시10분께 평양시 입구인 연못동에 도착해 잠시 정차했다. 김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곳에서 잠시 차에서 내려 환영나온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 답례를 했으며 악수를 하기도 했다. 평양시민들은 평양시 입구에서부터 연도에 나란히 서서 진홍색과 분홍색 조화(꽃술) 등을 흔들며 숙소로 가는 김 대통령 일행을 환영했다. 시민들은 조화를 열렬히 흔들며 “만세” “김정일 결사 옹위(擁衛)”를 끊임없이 외쳤다. 한 안내원은 “평양시민들이 대부분 나온 것으로 봐야 한다”, “남측의 대통령을열렬히 환영하기 위한 자발적인 인파”라고 말했다. 안내원들은 또 “위대하신 장군님이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환영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다. 소감이 어떠냐”고 묻고 “김정일 장군님이 광폭(廣幅) 정치로 여러분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도의 시민들은 남자들의 경우 양복을 입거나 셔츠에 넥타이를 맨 차림이었으며 여자들은 대개 한복을 입고 있었다. 흰색 저고리와 검정색 치마를 입은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차량행렬은 연못동에서 4·25 문화회관까지의 ‘용 거리’, 전승기념관까지의 ‘비파거리’, 보통강 강안도로, 보통문, 만수대의사당, 옥류교, 만수대 언덕, 개선문 거리, 종로거리, 김일성 종합대학까지 평양의 주요거리를 10여㎞정도 순회했으며, 환영 인파가 단 한 곳도 빠짐없이 연도를 메우고 있었다. 차량행렬은 시속 평균 30㎞ 정도로 달렸고, 연도의 환영인파가 꽃을 흔들며 함성을 지르는 장면은 11시40분까지 무려 30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연도 중간 중간에는 학생들로 구성된 악대가 나와 행진곡 등을 연주하며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평양=공동취재단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3일 평양순안공항에 직접 나와 김대중 대통령을 영접하고, 의장대 사열을 비롯한 공식 환영행사를 가졌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날 김위원장의 파격적인 영접에 대해 “김 국방위원장이 사실상 남한의 실체를 인정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평양도착 TV 중계방송에 의하면 의장대 사열 장면에 남북 어느쪽의 국기가 등장하지 않았지만 김 위원장은 분단 55년만에 처음으로 평양 땅을 밟아 민족 화해와 협력을 논의할 김 대통령을 극진하게 환대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두 정상의 극적인 상봉은 지난 70년 3월 19일 동독 에르푸트에서 열린 동서독의 첫 정상회담과 대비되는 장면이었다. 당시 게어스트퉁겐역에 특별열차로 도착한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를 마중한 스토프 동독 각료회의 의장은 사무적이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평양 순안공항에서의 두 정상의 만남은 남측 일부에서 의혹을 떨치지 못했던 상봉과 정상회담의 분리를 한마디로 일축했다. 또한 두 정상의 역사적인 평양 회담에 대한 기대를 한껏 제고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좋은 출발을 훌륭한 결실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분단 55년의 남북관계의 갈등과 대립이 엄청났다는 점을 상호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즉 이번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은 좀더 냉철한 자세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양측 모두 이익을 얻어 낼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순안공항 영접은 반세기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평양회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평양=공동취재단
청와대는 김대중 대통령의 역사적 방북행사의 기본 컨셉을 조용하면서도 의미있게로 정했다. 따라서 방북 당일인 13일 김 대통령은 ‘가족-청와대 직원-지역주민-서울시민-국민’으로 이어지는 점층적인 동선을 따라 움직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통령은 우선 이날 아침 김홍일 의원과 손자 손녀 등 가족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고 청와대측은 밝혔다. 김 대통령은 가족들과 방북 인사를 나눈 뒤 본관에서 청와대 수석들과 일일이 악수하고 승용차에 올라 청와대 정문 앞까지 도열한 비서관 및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청와대를 떠난다. 청와대 본관 앞 행사에서부터 공항 도착까지 김 대통령의 모든 움직임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중계된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앞 효자동 사랑방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마중나온 청와대 인근 주민들로부터 ‘잘 다녀 오시라’는 인사를 받으며 이들과도 일일이 악수를 나눌 예정이다. 이어 김 대통령은 곧바로 서울공항으로 이동하고 이 과정에서 연도와 건물안에서 김 대통령 일행은 시민들의 따뜻한 환송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과거처럼 동원된 군중은 없다. 김 대통령은 공항에 도착해 이만섭 국회의장, 최종영 대법원장, 이한동 총리서리 등 3부요인과 전 국무위원, 각당의 환송 대표 등으로 부터 공식 배웅을 받게 된다. 김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에게 드리는 출발성명을 통해 ‘북측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나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하고자 한다’며 그래서 남과 북의 민족이 서로를 더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임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항공편으로 한시간 가량에 걸친 비행끝에 김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분단 55년만에 북한 땅을 밟게 된다. /유제원기자 jwyoo@kg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