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1989년 첫 장편소설 <타임 투 킬>을 비롯해 스물아홉 권의 작품을 모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리며 법정 스릴러 대가의 자리에 올랐다.
신작의 주인공은 거리의 범죄자를 변호하는 아웃사이더 변호사, 서배스천 러드다. 괴짜라는 별칭이 제격인 인물이다. 평범하고 번듯한 사무실도 없다. 인터넷과 바, 작은 냉장고와 고급 가죽 의자, 비밀 총기 보관함이 내장된 특수 방탄 밴이 그의 사무실이다. 그가 맡는 사건 역시 평범한 것은 없다. 마약 중독자, 악마를 숭배해 여자아이 두 명을 죽였다는 문신을 한 아이, 사악한 연쇄 살인범 등 누구나 꺼리는 소송을 전담한다.
소설에서는 러드가 변호하는 다섯 개의 사건이 펼쳐진다. 마약 중독에 아동 성추행범으로 몰린 십 대 아이, 교도소 철창 안에서도 맘껏 핸드폰을 사용하며 사업을 운영하던 중 유죄 판결을 받자 판사를 살해한 무법자 링크, 이종 격투기 경기에서 판정패하자 심판을 두들겨 패 살인 혐의로 기소된 전도유망한 격투기 선수 타데오, 마약 밀매범을 잡겠다며 새벽 3시 정각에 기습한 여덟 명의 경찰 특공대를 집에 쳐들어온 범죄자로 오인하여 발포하는 바람에 살인미수 혐의로 붙잡힌 더그 랜프로, 남치당한 딸아이를 찾아 내부 범죄까지 마다 않는 경찰 부국장 켐프 등이다.
서배스천은 이처럼 ‘검증된’ 범죄자를 부정행위를 저지르면서까지 변호하면서, 거리의 변호사임에도 신문 1면을 장식하고 뉴스에 등장한다. 그는 왜 이런 사람들을 변호하는가. 모든 사람이 공정한 재판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실제로 부당한 현실을 바로잡기 위함이다. 그의 적은 정의 수호의 가면을 쓰고 권력 수호를 일삼는 사법 제도다.
다섯 개의 개별적인 사건도 하나의 대상을 향해 같은 문제의식을 던진다. 정의를 수호하는 법과 도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법은 단지 의회가 법의 집행자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일 뿐인가. 범죄자도 살인자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진리는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인가.
사건의 진실을 좇는 과정도 흥미롭지만,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부조리한 현실이 21세기 낯익은 한국 사회와 오버랩되면서 끝내 사법 제도와 권력을 향한 한 방이 통쾌하다. 값 1만 4천 원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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