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서 첫 폭염 사망자 발생한 날 선풍기 하나에 의지 ‘힘겨운 버티기’ 비상통화벨도 없어 불안감 호소 “에어컨 바람이 소원…” 한숨만
“머리가 핑핑 돌아 죽을 것 같네요”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기승을 보인 30일 오후 3시께 수원시 장안구 북수동에 있는 한 허름한 주택. 문을 열자 사람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은 복도 끝에 부서질 듯한 출입문 안쪽에는 온갖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방 한 칸이 모습을 드러냈다.
홀로 사는 김할머니(81)는 선풍기에 의존한 채 침대에 앉아 연신 부채질을 하고 있었지만 이날 33도까지 오른 무더위를 이겨내기에는 어려웠는지 땀을 계속 흘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홀로 지낸 지 20년째라는 김할머니에게 무더위는 목숨을 위협하는 무서운 존재다. 김할머니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에는 움직이기만 하면 어지럽다”며 “이런 날에는 어디 나가지도 못하고 온종일 누워만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그는 왼쪽 하반신까지 마비된 중증 환자로 생활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보리차 등 식수와 반찬 등이 상할까 봐 밥을 굶기도 일쑤다. 배고플 때는 빵과 수돗물을 마시는 게 전부일 때도 많다.
김할머니는 “에어컨만 있으면 정말 행복하겠는데 에어컨 구매할 돈도 없고 그 전기세는 또 어떻게 감당해요”라며 한숨을 내쉬면서 계속해서 어지러움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의 집에는 연락이 끊기거나 응급상황 시 긴급출동을 요청할 수 있는 비상통화장치가 설치되지 않았다. 김할머니는 “다른 정상생활을 하는 노인들에게는 설치된 이 장치가 정작 가장 필요한 우리 집에만 설치가 돼 있지 않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날 오후부터 성남, 평택 등 경기지역 곳곳에서 폭염주의보가 발령됐고 충남 아산에서 올해 첫 폭염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외로운 노인들은 좁은 방 안에서 선풍기에 몸을 의지한 채 더위와 싸우고 있다.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도내 독거노인은 총 27만9천486명이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수혜자는 2만9천명에 불과했다.
이 서비스는 독거노인 중에서 재력, 건강상태 등을 고려, 집중 관리대상 노인들에게 제공되고 있지만 수혜자가 지나치게 부족한 실정이다. 여기에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독거노인응급안전 차원에서 시행중인 비상통화벨도 1만1천154가구에만 설치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무더위를 맞아 이들을 위한 복지서비스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자체와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 독거노인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보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김범택 아주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현재의 무더위 쉼터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이들에 대한 24시간 추적관리가 이들의 생명을 보호하는데 필수”라고 말했다.
이영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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