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여야, 의원정수 조속한 시일 내에 결정해야

지난 7월15일 중앙선관위 소속 독립기구로 설치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가 출범하면서 국민들의 기대가 컸다.

그동안 선거구획정위원회는 국회 소속으로 최종 수정 권한을 국회가 행사하면서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됐었지만 소속이 달라진 선거구획정위의 출범으로 그동안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이해관계에 따른 자의적 선거구획정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회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마련한 획정안에 대해 사실상 수정 권한을 포기하는 내용을 담아냈기에 내년 20대 총선부터는 더 이상 게리멘더링(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자의적으로 선거구를 조정)으로 인한 논란은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선관위 소속 독립기구로 설치하도록 본회의를 통과한 5월29일로부터 두달밖에 지나지 않았고, 선거구 획정위가 출범한 지 보름밖에 되지 않았지만 여야는 까마득하게 잊은 듯하다.

중앙선관위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되던 5월29일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됐음에도 선거구가 확정되지 않아 예비후보자는 자신의 선거구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지역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유권자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예비후보자가 다른 선거구의 후보자로 등록하여 혼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하고 △선거일을 한 달 정도 남긴 시점에 선거구가 확정되어 선거비용 제한액을 비롯해 입후보를 위한 공무원 등의 사퇴 시한 등 선거구획정과 관련된 모든 선거사무에 대해 특례를 두고 이미 집행된 선거사무를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하는 일 등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중앙선관위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섰다.

이는 총선 6개월 전인 오는 10월13일까지 선거구획정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20대 총선 선거구획정 계획에 따르면 10월 13일 선거구획정안 국회 제출, 11월13일까지 국회의결, 12월5일까지 선거비용제한액 결정ㆍ공고, 12월15일부터 예비후보자 등록개시로 20대 총선이 본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이때문에 획정위는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8월13일까지 의원정수, 지역구 비례대표 의석수, 자치 구 시ㆍ군의 일부 분할 허용여부와 같은 선거구 획정 기준을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여야가 이를 결정해 주어야만 지역구를 획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한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오고 있다.

모든 것이 물 흐르듯 흘러갈 것으로 기대하진 않았지만, 현재의 상황으로서는 오히려 물 흐름이 차단되고 역류하는 분위기다.

선거구획정을 위해서는 공청회, 의견수렴도 해야 하지만 우선시 돼야 할 것은 바로 의원 정수다. 기초가 튼튼해야 무너지지 않고 다시 쌓는 우를 범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7월26일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5차혁신안을 발표하면서 국회 의원정수를 현행 300명에서 확대하는 방안을 촉구한 뒤 여야는 서로의 논리에 따라 자기 주장만 하고 있다. 벌써 2주째다.

이렇게 가다가는 선거구획정으로 인한 선거개혁, 정치개혁은 기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구획정위에서 결정되는 선거구에 대해서 정말로 국회가 한 글자도 고칠 수 없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등 여야 14명의 국회의원들이 한 방송사에서 기획한 8.15 광복 70주년 국민대합창 무대에 함께 나선다. 독창이 아닌 합창은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 등 각 파트로 나눠져 있지만, 자기 목소리만을 내기보다는 함께 어우러져야 관객들에게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줄 수 있다.

정개특위가 선거구 획정에 관한 권한을 내려놓는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처럼, 여야는 1주일 뒤인 8월13일까지 선거구획정위가 요청한 의원정수 등을 제시, 선거개혁, 정치개혁의 서막을 알려줬으면 한다. 여야 의원들이 합창을 통해 보여주는 것처럼, 정치개혁에서 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줄 수는 없을까.

정근호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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