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70년, 통일 미래도시 경기] 끊어진 경원선 철길 복원
[분단 70년, 통일 미래도시 경기] 끊어진 경원선 철길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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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꿈 싣고 철마 달린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라는 말만큼 민족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향한 간절한 염원을 함축하고 있는 문구가 또 있을까.

남북이 분단된 이후 벌써 반 백년 이상이 흘렀지만,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 철책 인근에 위치한 월정사역에는 우렁찬 소리를 내며 서울과 원산 사이를 달리던 경원선 열차가 여전히 앙상한 골격을 드러낸 채 누워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끊어진 경원선 철길을 다시 잇는 사업이 추진돼 주목된다. 경원선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군사분계선 간 11.7㎞ 철도 구간을 복원하는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광복 70년, 분단 반세기를 맞아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또다시 달리고 싶은 경원선을 찾았다.
 

▲ 경원선 DMZ관광열차 이용객들이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백마고지역에서 하차하고 있다.

■ 북쪽으로 뻗어나가는 한반도의 동맥, 경원선
지난 1914년 서울에서 원산에 이르는 223.7㎞ 구간으로 개설돼 한반도의 동맥 역할을 담당했던 경원선은 광복 후 남북이 분단되면서 끊겼다. 현재는 서울 용산역에서 백마고지역에 이르는 94.4㎞ 구간만이 운행되고 있다.

정부는 우선 백마고지역까지 운행되고 있는 경원선 구간을 월정리역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북한과의 협의 없이도 진행할 수 있는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에 이르는 9.3㎞ 구간을 1단계로 우선 복원한 뒤 군사분계선까지 2.4㎞ 잔여구간은 남북 합의 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 철책에 근접한 월정리역은 민간인 출입 통제 구역으로 군인들과 농사를 짓는 인근 주민들, 군 당국의 허가를 받은 관광객들만이 오가고 있다. 경원선 복원이 완료되면 이곳 월정사역 일대에도 민간인들의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해지면서 활력의 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경원선 복원 사업은 남북의 철길을 연결하는 첫 시발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북한을 종단하는 한반도종단철도(TKR)와 대륙횡단철도인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를 연결해 부산~베링해~북유럽에 이르는 북극항로를 연계하겠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상이 담겨 있기도 하다.

정부는 북한과의 합의를 통해 오는 2017년까지 군사분계선에 이르는 2.4㎞ 잔여구간 공사를 마무리한 뒤 남북 철도와 대륙 철도를 연결하는 유라시아 구상 실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 전쟁의 잔재로 가득한 월정리역과 활기 넘치는 백마고지역
지난달 말 경원선 열차의 종착역으로 거듭나게 될 월정리역을 찾았다.

서울에서 원산에 이르는 경원선의 간이역이었던 이곳 월정리역에는 70여 년 전 기차역사의 모습과 함께 6ㆍ25전쟁 당시 마지막 기적을 울렸던 객차 잔해 일부분과 유엔군 폭격으로 부서진 인민군 화물열차의 잔해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관광을 위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간혹 눈에 띄긴 했지만, 부서진 열차의 잔해와 어우러진 황량함은 이곳 월정리역이 민간인 통제구역임을 느끼게 해주고 있었다.

반면, 현재 경원선 열차의 종착역인 백마고지역은 활력이 넘쳤다. 비록 직원이 없는 무인역이었지만, 과거의 모습이 담긴 각종 사진들과 통일을 염원하는 시와 관광객들이 써붙여 놓은 메모 등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또 북녘땅에 추억을 간직한 백발의 노인과 대학생 등 안보관광객들과 주민들이 자유롭게 역사 부근을 오가고 있었으며, 철원군에서 나는 특산물을 판매하는 매장도 성업을 하고 있었다.
 

▲ 경원선 DMZ관광열차가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있다.

■ 곳곳에 지뢰가 매설된 삭막한 숲에서 활기 넘치는 마을로
6ㆍ25 전쟁 직후에도 백마고지역 일대는 민간인이 전혀 살지 않는 곳이었다. 사방이 숲으로 우거져 있는데다 곳곳에 지뢰가 매설돼 안전사고의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1968년 정부의 이주정책으로 군 전역자 150여명이 대마리 일대에 자리 잡으면서 점차 마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20여 년째 대마리에 거주 중인 조경희 대마리 부녀회장은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군인과 마을 사람 이외에는 민간인의 모습을 거의 볼 수 없는 곳이었지요”라며 “마을 사람들이 농지를 개간하다가 매설된 지뢰를 밟아 사고를 당하거나 총성이 들려오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곤 했습니다”라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후 삭막함만이 가득했던 마을은 주민들의 노력에 힘입어 점차 사람 사는 동네로 거듭났다. 전국에서 농기계 보급률과 젊은 농업인의 비율이 가장 높다는 사실은 대마리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이후 대마리역은 지난 2012년 11월 경원선 열차의 종착역이 신탄리역에서 백마고지역으로 이전하면서부터 활기 넘치는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됐다.

인터뷰 홍기일 대마리 이장
체계적 계획 수립 우선 경원선 복원 의미 살려야

“경원선 복원의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계획이 수립돼야 할 것입니다”

홍기일 대마리 이장은 경원선 구간이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까지 북쪽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됐다는 점에 대해 기대감을 드러내면서도 종착역 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백마고지역과 월정리역에 이르는 구간이 안보 관광지로서 체계적으로 개발되지 않을 경우, 백마고지역이 자칫 관광객이 거의 다니지 않는 역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홍 이장은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남북 철길을 잇는 경원선 복원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어찌 기쁘지 않겠는가”라며 “그러나 체계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백마고지역에서 월정리역으로 종착역만 이동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백마고지역 인근에 안보 광장 등을 조성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경원선 복원으로 종착역이 이전하면서 계획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라며 “과거 활기가 넘쳤던 신탄리역 일대가 현재 많이 침체된 점을 보더라도 과거를 거울삼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홍 이장은 “백마고지역과 월정리역 모두 나름대로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담고 있는 곳”이라며 “안보 관광지라는 뚜렷한 테마 아래 역사 하나하나가 연계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동두천의정부=송진의박민수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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