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취준생은 덕담도 부담이다
[데스크 칼럼] 취준생은 덕담도 부담이다
  •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 입력   2015. 09. 24   오후 7 : 41
  • 23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명절을 앞두고 친구들의 카카오 톡 알림 음이 더욱 잦아졌다. 딱히 하소연할 데 없는 중년 여성들만의 넋두리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받아주니 절친끼리 카톡방을 만들어 놓고 수시로 드나들며 일상을 털어놓는다.

오늘 아침도 카톡방에 불이 났다. 올 추석은 어떻게 보내나 하는 메시지가 뜨니 너도나도 한마디씩 보탠다. 나이가 들어선지 음식 장만하는 게 귀찮다는 얘기가 주다.

자신은 손이 몇 개였으면 하는데, 온종일 TV 리모컨만 만지는 남편이 점점 보기 싫어진다는 것도 공감이 간다. 자녀 혼사를 앞둔 친구와 딸아이 취업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가 주고받은 카톡내용은 남의 일 같지 않아 한마디 거들까 하다 관뒀다.

‘2012년 2월 졸업했으니 3년이 지났다. 직장 이름을 댈 순 없어도 끊임없이 일을 하니 백수라고 할 수도 없다. 주변에선 눈이 높아 그런 거라고 하는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닌데 취업을 못하니 답답한 건 아이나 부모나 마찬가지다.’

일찍 결혼해 20대 후반의 딸을 둔 한 친구의 카톡내용이다. 친구는 아르바이트라고 해서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라며 속상해했다. 온종일 일을 하니 근무환경은 정규직과 다를 바가 없는데, 한 달 꼬박 일해도 1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그러니 차비 빼고, 밥값 빼면 뭐가 남겠느냐고 반문했다.

더구나 명절이면 친인척마다 딸 안부를 물어 불편한데 당사자는 어떻겠느냐며 오죽하면 명절 휴무 동안 대학교 때 일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구했겠느냐고 했다.

최근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79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학생은 물론 취업 준비생에게 가장 좋은 선물을 무관심이었다.

응답자 10명 중 7명이 “명절을 앞두고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답하면서 “취업부터 학점까지 쏟아지는 친척들의 관심이 부담스럽다”고 했다.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로는 2명 중 1명이 ‘좋은 데 취업해야지’ 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1년에 한두 번 만나는 친인척이지만 반가울 리 없다.

언제부터 명절이 부담스런 날이 됐나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내가 어릴 땐 명절이면 명절 기운이 완연했다. 시골마을이기도 했지만, 명절이 임박하면 온 동네가 전 지지는 냄새로 진동했다.

뒷산에는 깨끗한 솔잎을 따려고 몰려든 동네 아이들로 북적거렸다. 도시로 나가 취업한 동네 언니 오빠들이 멋진 옷을 차려입고 양손엔 선물보따리를 들고 오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저렇게 될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

요즘엔 민족 대이동이라는 매스컴 보도들로만 실감하게 된다. 고속도로를 꽉 메운 차량 행렬, 서울서 부산까지 몇 시간이 걸렸느니, 우회도로는 어디가 빠르다느니 하는 얘기들뿐이다.

그리곤 비인가 시설들에 온정의 손길이 끊겼다느니 하는 보도와 이 같은 원인이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점점 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느니 하는 현상만 보여주기에 급급하다.

그래도 올 하반기에는 예년보다 취업의 문이 훨씬 넓어졌다는 소식이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등 대기업을 비롯해 국내 주요 기업들이 청년 실업 해소 차원에서 공개채용 규모를 연초계획 대비 10퍼센트(10만 2천여 명) 늘려 뽑는다고 한다.

삼양그룹과 대우건설 등은 이번 연휴에 지원자를 받는다. 이랜드그룹, 한화그룹, ㈜하나투어, ㈜한샘, 넷마블게임즈㈜ 등은 추석 대체공휴일 다음 날인 30일 서류접수를 마감하니 취업 준비생은 이번 명절이 기회다.

모쪼록 취업에 성공해 명절이 불편한 날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취준생이 있는 가정이라면 특히 지나친 관심은 삼가해주길 바란다. ‘올해는 취업해야지’ 하는 덕담이 취업 준비생에겐 가장 큰 스트레스라는 걸 기억하자.

박정임 경제부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