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당해봐라… 못 말리는 ‘공익신고’ 몸살

블랙박스·스마트폰 영상 이용한 도내 교통법규 위반신고 7만8천건
‘화풀이성’ 급증… 경찰들 골머리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

 

지난 9월 수원 A경찰서 민원실에서는 40대 남성이 범칙금 고지서를 한 손에 든 채 “정지선 위반? 다른 차들도 위반했는데 왜 나만 돈을 내는데”라며 소란을 피웠다.

우유 배달 트럭을 모는 B씨는 건널목 정지선을 지나 정차하면서 뒤따라오던 차량이 블랙박스로 신고, 벌점 15점에 범칙금 6만원을 고지받았던 것. B씨는 컴퓨터 모니터를 부숴버리겠다며 경찰과 20분간 승강이를 벌이다 “나도 이제 다 신고할 거야! 나만 당할 순 없잖아”라며 민원실을 빠져나갔다.

 

경기지역에서 교통법규 위반 공익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익 신고가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봐라’ 식의 화풀이성 신고로 전락,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경기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최근 차량용 블랙박스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에 대해 신고하는 공익신고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도내 교통법규 위반 공익신고 건수는 7만7천946건으로 지난 2012년 2만6천680건보다 3배가량 급증했다.

 

이런 가운데 신호위반이나 끼어들기는 물론, 차선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는 경미한 신고도 접수되고 있다. 특히 일부 신고자들이 차가 없는 밤시간대에도 화풀이식으로 신고를 하면서 한 사람이 적게는 하루평균 10건 많게는 100여건까지 신고를 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경찰서마다 신고자 블랙리스트가 있을 정도다.

 

경찰 관계자는 “공익 신고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지만, 제도상 또 화풀이성 신고자를 양성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내부적으로도 제기됐다”며 “이에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범칙금보다 경고장 발부를 권고하는 등 문제점을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민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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