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수상레저면허] 1. 돈벌이 전락한 일반조종면허시험장

‘운전 공식’만 외워… 일주일 강습받고 80~90% 합격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안전’이었고, 정부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안전 대책을 쏟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러나 여전히 수상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정부 기관에서 발급하는 수상레저면허는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채 단순히 돈을 받고 내주는 면허증으로 전락했다. 

이곳에 안전은 없었다. 이에 본보는 수상레저면허의 총체적인 문제점을 짚어보고, 더욱 안전한 수상레저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주

“청평댐 좌측에 보이는 송전탑으로 향할 때 250도 우현 유턴 후 4천RPM으로 증속하고 지그재그로 가면 됩니다”

 

지난 1일 오후 2시께 가평군 청평면 경기조종면허시험장은 일반조종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모인 응시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응시생들은 실기 시험이 치러지는 청평호반을 바라보며 속칭 ‘족보’라 불리는 ‘운전 공식’을 외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응시생 A씨는 “실기시험 코스는 인터넷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받은 공식을 숙지한 상태”라며 “연수받을 때 공식을 모두 알려줘 떨어지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면허시험장에서 제공하는 연수 가운데 탈락해도 합격할 때까지 진행되는 패키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오전 실기시험에 응시한 30명 가운데 8명이 탈락해 75%의 높은 합격률을 보였다. 경기조종면허시험장의 한 관계자는 “면허시험의 합격률은 평균 80~90% 정도 된다”며 “합격 패키지 뿐 아니라 알려주는 공식대로 시험을 보면 100% 떨어질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국민안전처 해경안전본부에서 발급하는 일반조종면허가 안전은 뒷전인 채 돈만 내면 족보와 공식대로 면허를 쉽게 취득하는 형식적 시험으로 전락했다. 더욱이 시험에 떨어져도 합격할 때까지 교육이 진행되는 연수 패키지까지 버젓이 판매되는 등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4일 해경에 따르면 일반조종면허는 수상에서 5마력 이상의 동력레저기구(모터보트, 수상오토바이, 낚시보트 등)를 조종하고자 할 때 필요한 면허증이다. 해당 면허는 전국 20여 곳에 지정된 시험장에서 매달 2~3회 걸쳐 치러진다. 이에 응시생들은 시험 일주일 전 또는 시험 주에 면허시험장에서 강습을 받기 위해 몰리며, 강습비는 평균 40만~60만 원 선이다. 경기조종면허시험장에서는 응시생의 숙련도에 따라 초급자는 66만 원, 중급자 44만 원, 상급자 33만 원이다.

 

이같이 수강료만 내면 거의 100% 시험에 합격하는 현실 속에 수상안전사고 역시 잇따르고 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레저 스포츠로 유명한 가평에서 발생한 수상안전 사고는 총 13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106건이 레저기구탑승 도중 사고를 당했으며, 레저보트 충돌 11건, 레저 이용자 간 충돌 12건 등이다.

 

실제로 지난달 1일에는 양평군 북한강변에서 보트에 매달린 땅콩보트가 운전자의 미숙으로 선착장과 충돌하면서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수상레저업계의 한 전문가는 “면허만 있다고 다 탈 수 있는 것이 아닌 충분한 훈련이 필요한 것이 바로 수상면허”라며 “면허를 딸 수 있는 제도가 쉬워지면서 운전 미숙 등에 따른 수상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실기시험에서 매번 같은 코스로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법에서 정한 현행 교육과정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민훈 구윤모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