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김영란법, 대한민국 패러다임 바꿨다
[ISSUE] 김영란법, 대한민국 패러다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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喜 ‘ 안주고 안받기’ 문화 확산
悲 식당·화훼업은 고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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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첫날인 9월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 내에 마련된 부패·공익침해 신고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청탁금지법 위반 행위 관련 상담을 하고 있다.
9월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 크고 작은 변화가 이어지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안 주고 안 받는’ 문화가 정착되기 시작되는 등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하지만, 식당이나 화훼업계 등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폐업 위기에 직면하는 등 부정적인 측면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한 달, 우리 사회의 변화점을 짚어본다.

책 두권·음료수도 ‘신고’… 공연업계 초대권 문화 사라진다
■“마음만 받겠습니다”…변화하는 공직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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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첫 날인 9월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교보문고에 청탁금지법을 알기 쉽게 풀이한 서적들이 출시돼 있다.
지난 9월30일 수원지검 안양지청 형사1부(부장검사 이수권)는 지난 5월에 있었던 사건 관계인 A씨로부터 고마움이 담긴 감사편지와 도서 2권을 받았다.

하지만 형사1부 직원들은 감사의 마음만 받겠다며 도서를 A씨에게 돌려보냈다.

일선 지자체에서도 비슷한 신고 사례가 이어졌다. 10월6일 인천 연수구 건축과의 인허가 담당 실무관 B씨의 책상 위에 두유 1박스(1만3천 원 상당)가 올려져 있었다.

B실무관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가 이 음료를 발견하고, 곧바로 구청 감사관실에 신고했다. 감사관실은 이 음료를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같은 날 인천시에서는 금품 관련 첫 신고가 접수됐다. 특정 사무실로 신원을 알 수 없는 민원인이 현금 50만 원을 두고 갔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시 감사관실은 이를 찾아가도록 공고를 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단적으로 드러나는 공직사회의 변화다.

고마움을 표하는 작은 선물까지도 반환하는 등 몸을 사리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청탁이나 뇌물과 상관없는 작은 선물이어도 법이 시행된 만큼 규정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며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공짜티켓’ 사라진 공연계, 공연문화 바뀐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공연계의 초대권 문화도 사라지고 있다. 그간 도내 각 지자체 공공문화예술기관들은 지자체장, 지역구 의원, 기관장, 후원회 등을 대상으로 1~10%가량의 초대권을 발행해 왔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초대권을 아예 없애는 분위기다. 공연 초대권을 선물로 보고 5만 원 이상의 티켓일 경우 처벌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월29일 개막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축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던 VIP와 GUEST용 ID카드 발행을 전면 취소했고, 부산시 역시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폐막식 초대권을 배부하지 않았다. 경기도문화의전당도 10월14~16일 B기획사와 공동 주최하는 대형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해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도내 대부분의 공연장이 앞으로 송년·신년 음악회와 각종 기획 공연들에 대해 초대권 발행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다.

뮤지컬과 연극 등을 주로 제작해 온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공짜 표를 요구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순수한 유료 관객만 남으면 공연 현장 수준이나 분위기는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입소문이 중요한 신작에 대해서는 저렴한 초청 티켓 마련 등의 대책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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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서초구 양재동 화훼공판장에 10월3일 “땀흘려 키운 꽃이 뇌물이 웬말이냐?”라고 적힌 김영란법 반대 문구가 내걸려 있다.

식사 약속 없어지고 결혼·장례식 조·화한도 사라져 관련 업계 타격
■발길 끊긴 고급 식당ㆍ꽃집, “이대로면 문 닫아야”
김영란법 시행 여파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곳은 식당가와 화훼업계다.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오해나 불상사를 막고자 식사 약속이 없어지고 결혼식과 장례식 등 경조사에서도 조·화환을 찾아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수원시청 인근 C일식점 전문점은 점심시간 10여 개의 방 중 2~3방을 제외하곤 손님이 없는 상태다. 회와 초밥, 튀김 등으로 구성된 2만 원짜리 점심 특선 메뉴가 있어 점심때마다 공무원들로 붐볐지만 법 시행 첫날부터 손님이 뚝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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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한 고급 한정식당 앞에 김영란법 시행령이 허용하는 식사가액 3만원에 맞춰 새롭게 출시한 ‘영란정식’을 홍보하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경기도청 인근 식당도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여서 점심시간에도 한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청 앞 D일식집 업주는 “당장 오늘 저녁부터 예약이 반토막이나 걱정”이라며 “특히 공무원들의 예약은 한 건도 없다. 일반인들만 받아서는 식당 운영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화훼업계는 꽃 소비 활성화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원테이블 원플라워(One table One flower)’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꽃 생활화를 위해 시범시행한 사업으로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던 지난 8월부터 6개 화훼단체가 참여해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화훼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는 지자체에서는 농가지원 방안을 찾고 있다.

하남시는 화훼농가 공통분담을 위해 79개 농가에 대해 화분 지원(1억1천만 원), 인공 상토 지원(1억3천만 원)사업 등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고양시는 난을 5만 원 이하로 낮춰 판매할 수 있도록 ‘가격 맞춤형 상품’ 품종을 개발할 예정이다.

‘제대로 된 사례·유권해석집 하나 없다’ 권익위 자의석 해석에 혼란 가중
■오락가락 권익위에 국감에서도 질타…혼란 가중 막아야
국회 정무위원회의 지난 1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김영란법’에 대한 범위와 시행 문제 등에 대한 여야 경기·인천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의원들은 권익위의 자의적 해석에 대해 비판하며 국민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성원 의원(동두천·연천)은 김영란법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직무 관련성 여부’와 관련, “‘직무 관련성’에 대한 문의에 권익위는 ‘향후 개별적 사안에 대한 판례의 형성·축적을 통해 구체화할 것’이라며 정확한 답변을 유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최고위원(안산 상록갑)은 “김영란법이 공포된 지 1년6개월, 시행령이 만들어진 지 5개월, 헌재 판결이 나온 지도 2개월이나 지났다”면서 “권익위에서 1년6개월 동안 무엇을 했나. 제대로 된 사례집·유권해석집 하나 못 낸 것도 이해가 안 간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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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신북읍 용산리의 한 운동장에서 10월5일 열린 강원도의회 한마음 체육대회서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협찬과 경품 등을 사양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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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탁금지법 시행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김영란 전 대법관이 10월6일 오후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에서 한 출판사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독자들 앞에 서고 있다.

글_이관주기자 사진_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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