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경주로 여행 갑시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문화카페] 경주로 여행 갑시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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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교육기구(UNESCO APCEIU)의 일로 세계유산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을 방문하여 우리나라가 국제원조기구를 통해서 이곳의 사원을 복원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에는 작은 감동이 일어났다. 그 일을 맡고 있는 두 젊은 학예사의 밝은 얼굴에는 ‘헬 조선’이라는 그림자를 볼 수가 없다. 

그 더운 오지에 일 년에 5백 만 명이상의 관광객이 기꺼이 하루에 입장료로 수 만원을 지불하면서 전 세계로부터 온단다. 그리고 문화유적의 관광수입은 캄보디아 총생산의 거의 20%를 차지한다고 하니 좋은 유적의 힘이 얼마나 나라의 국가경제에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환경오염이나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공장들이 없어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되는 사례인 셈이다.

그런데 캄보디아에서 돌아오는 그날 오후에 국제회의를 참석하기 위해서 도착한 경주는 도시 전체가 바로 산속의 절간이다. 천년 고적들의 혼들이 소리 나지 않는 말로서 나의 정신을 상쾌하게 만들지만 명승지에서 삶의 구수한 소리와 냄새는 느낄 수가 없다. 줄선 관광버스도 없었고 울긋불긋한 등산복차림의 관광객들도 보이지 않는다. 금세 나의 머릿속에는 오늘날 이 천년고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걱정이 태풍처럼 몰려 왔다.

경주에서 느끼는 지진의 충격은 피부에 와 닿았다. 한국에서는 유래가 없었던 이번 지진의 경우 오늘날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로서는 새로운 경험이 되고 있는 것은 그 진앙이 한반도의 동남지역인 영남지역에 있지만 서울에서도 그 진동을 느끼고 지진의 충격이 마음 속 깊이 새겨졌다는 점에서이다. 그런데 경주에서 느끼는 것은 우리 마음의 지진이 더 큰 지진이라는 점이다. 

지진이라는 자연재해보다도 인간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는 것은 바로 지진에서 오는 공포를 확산하는 일이다. 텅 빈 경주고도의 주차장들은 그 앞의 식당주인의 걱정스러운 눈빛에서 느끼듯이 나같이 문화유산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걱정이다. 

위축된 관광경제를 살리기 위하여 우리 사회가 방도를 마련하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화유산을 통한 관광경제가 살아나야지 경주가 살아나고 문화유산이 잘 보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문화유산은 우리의 대표적인 자존심의 상징이 아닌가!

경주의 문화유산은 경주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 민족의 유산이자 더 나아가서는 인류의 세계유산이다. 그 보존의 책임은 바로 우리 국민이 지고 있는 것이고 만일 문제가 있다면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고 민족의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고 또한 우리 사회의 미래지속가능성이 숨어 있는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재난이 닥쳐온 이럴 때일수록 우리 국민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경주를 방문하여 경제적인 힘을 보태어 준다면 경주시민들도 자부심을 느낄 뿐 아니라 한편으로 문화유산의 보존에서 오는 공동체의 힘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한국 사회가 항상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적인 발전이 항상 지방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에서 경주의 지진경제에 대한 우리 공동의 관심과 참여는 우리 사회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일이 아닐까?

멀리 한반도의 동남쪽에 있는 경주이지만 경기지역의 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문화도시이다.

대륙서쪽으로부터 오는 문화를 받아들이고 우리 민족의 서방진출의 관문으로서 경기지역, 특히 경기만지역이며 고대에는 바로 그 실크로드 문화의 종점이 바로 경주였던 것이다. 결국 경기만, 특히 화성당성과 경주는 고대 한반도실크로드의 시작과 종점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지금도 국가사적인 화성 당성의 입구에 가면 경북도지사의 방문비가 있는 이유이기도 한 것이다. 이제 지진의 거칠고 두려운 진동이 정치적인 진동으로 사라져 가는 이 때에 우리 경기인들이 경주로 가는 길은 정말 ‘우리 마음의 실크로드’를 놓는 길이 아닐까? 경주로 갑시다.


배기동 한양대학교 교수·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박물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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