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수원을 김치종주국의 메카로

한국인의 체질이 ‘사스’에 강한 요인으로 김치가 꼽혀 중국 대륙에 김치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는 발효식품인 김치의 특성이 그만큼 면역성을 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우리의 음식문화 특징은 간장 된장 젓갈 막걸리 김치 등 발효식품을 서구보다 일상식하는 데 있다. 그 중에도 김치는 발효식품의 대표 주자다. 우리 조상들이 서구인들보다 육식을 훨씬 덜 했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었던 게 다 김치 덕분이다.

이러한 김치가 이젠 한국인의 식품에서 세계인의 식품이 됐다. 전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운동 선수들이 감추어 다니곤 했던 김치가 올림픽대회 선수촌 식당의 공식 식품으로 등장하여 인기를 끌고 있다.

한동안은 약삭빠른 일본의 김치 업계가 세계식품기구에 마치 자기 나라가 종주국인 것처럼 ‘기무치’로 등록했으나 우리측의 항의로 시정되기도 했다. 일본 김치 업계의 ‘기무치’는 지난 십 수년간 한국내 주부들을 초빙해 몇가지를 배워가지고는 그들 나름대로 개발한 것이다.

그러나 김치문화의 진수는 일본인들처럼 흉내낸다고 해서 될만큼 간단하지 않다. 이래서 아쉬운 것은 우리나라는 세계 식품화한 김치의 종주국이면서도 김치문화를 선도하는 메카가 없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젊은 세대는 시대적 생활 양식의 변화로 김치를 사먹다 보니 김치 담그는 솜씨도 점점 잊혀져 가고 있다. 김치의 종주국 주부들이 김치 담그는 법을 잘 모르게 되는 것은 정말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원을 김치문화의 메카로 브랜드화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갖는 게 이에 연유한다. 수원하면 곧 갈비가 명품인 것처럼, 김치를 수원의 명품으로 전략산업화 하자는 것이다.

대규모 김치체험장 같은 것을 만들어 신세대 주부들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익히고, 수원을 찾는 외국인들에겐 널리 홍보하여 수출의 길을 트는 일석이조의 실효를 거둘 수가 있는 것이다.

김치라고 하면 그저 간단한 것 같아도 그렇지가 않다. 배추포기김치를 비롯하여 배추맛김치, 깍두기, 총각김치, 열무김치, 섞박지, 파김치, 백김치, 깻잎마리김치, 보쌈김치, 동치미, 풋고추김치, 오미자백김치, 오미자나박김치, 돌산갓김치, 오미자동치미 등 가짓 수도 많지만 전래의 담그는 법 또한 가지 가지다.

전통적 김치가 국내 수요를 충족하는 덴 물론 중요하지만 세계화 식품을 위해서는 세계화한 입맛을 가미하는 것 역시 무척 중요하다. 이를 연구하는 것 또한 김치체험장의 역할이 될 수 있다.

일상의 식탁에서 김치가 흔해 김치에 대한 생각을 소홀히 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지금이 중대한 고비다. 김치의 명맥을 제대로 이어가면서 세계화하고자 하는 먼 장래의 안목으로 보면 김치의 과학화 연구가 지금부터 시작되어도 빠르지 않다.

이것이 우리 고유의 김치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살리는 길이기도 하다.

현대 산업사회에선 신제품 개발이 앞서야 하지만 기존의 제품을 신제품으로 개발하는 것도 산업사회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아는 새로운 인식이 요구된다.

이같은 의미에서 수원이 세계적인 김치 종주국의 메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적극적 관심을 당부하고 싶다.

/유정임.경기도여성경제인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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