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박근혜 진돗개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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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ㆍ보호되고 있는 진돗개는 한국 특산의 개 품종이다. 영리하고 용맹하며 충성심이 강해 주인을 잘 따른다.

 

파면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를 나오며 키우던 진돗개 9마리를 두고 와 동물 유기 논란이 일고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 25일 취임식날 삼성동 사저를 떠나면서 주민으로부터 생후 2개월 된 진돗개 암컷 ‘새롬이’와 수컷 ‘희망이’를 선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트위터에 “출퇴근할 때마다 나와서 반겨준다”며 가끔 이들의 소식을 전했다.

 

2014년 말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으로 시끄러웠을 때는 “청와대의 실세는 진돗개”라는 농담을 던졌다. 그해 2월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선 “진돗개는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길 때까지 놓지 않는다고 하는데, 진돗개를 하나 딱 그려 놓으시고 진돗개 정신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며 규제개혁을 강조했다.

 

이후 정부 부처 등에선 진돗개 발언이 이어졌다. 최수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은 국회 업무보고에서 “위법·부당행위 징후를 발견하면 ‘진돗개식 끝장검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직 당시 산업통상부장관도 “진돗개 정신으로 공공기관 개혁을 끝까지 챙기겠다”고 했다. 경찰도 ‘진돗개 정신으로 범인검거에 총력’ 등의 자료를 내며 진돗개 그림까지 그려 넣었다.

 

한때 화려하게 조명받았던 청와대 진돗개들은 박 전 대통령이 떠나면서 사실상 버려진 신세가 됐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동물보호법 위반혐의로 박 전 대통령을 경찰에 고발했고, 다른 동물단체에선 입양하고 싶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전 대통령이 취임 당시 받은 진돗개는 이웃 주민의 선물이 아니라 대통령취임준비위원회가 사전에 준비한 ‘기획상품’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위원회 내부에서 ‘호남 출신 주민이 전남 진도에서 태어난 진돗개를 영남 출신 대통령에게 선물하면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다’는 아이디어가 나와 호남 출신 이웃 주민에게 부탁했다는 것이다. 또 ‘새로운 희망’이라는 뜻을 담은 새롬이와 희망이의 이름을 최순실이 지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

 

대통령 파면에 청와대 진돗개들까지 수난이다. 다행히 새롬이ㆍ희망이와 새끼 2마리는 ‘한국진도개혈통보존협회’로 옮겨졌다. 나머지 5마리도 분양을 준비 중이라 한다. 새 주인 만나 ‘평범한’ 진돗개로 사랑받길 바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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