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불어민주당, 재·보궐 결과 심각히 여겨야

4ㆍ12 재ㆍ보궐선거 결과가 의외다. 포천시장 선거의 당선자는 김종천 후보다. 한국당 소속이다. 도의원 선거에서는 용인 기흥에서 김종철 후보, 포천에서 김성남 후보가 이겼다. 역시 한국당 소속 후보들이다. 민주당이 이긴 곳은 하남시장(오수봉 후보) 1곳이다. 타지역 결과도 비슷하다. 경북 상주ㆍ군위ㆍ의성ㆍ청송 선거에서는 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이겼다. 김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정무수석이었다.

성적표로 단순 비교한 결과는 한국당 승리다. 경기도 지역의 경우 4개 지역 선거에서 한국당이 3곳(시장 1ㆍ도의원 2)을 휩쓸었다. 보수 성향의 전직 시장이 출마해 표를 분산시킬 것으로 봤던 포천 시장 선거에서도 한국당이 승리했다. 전직 의원이 민주당 소속이었던 용인 기흥 도의원 선거에서 한국당 후보가 승리한 것도 주목을 끈다. 보수진영은 반색했다. 대선을 앞두고 보수 회생의 희망이 생겼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지나친 확대 해석이다. 이번 선거 지역 가운데는 전통적인 여권 성향 지역이 유독 많다. 70~80%에 이르던 과거 지지율에 비하면 이번 득표율은 후퇴한 측면이 있다. 30% 전후에 머문 투표율도 판세분석의 근거로 삼기엔 턱없다. 여기에 대선판은 문재인(더불어민주당)ㆍ안철수(국민의당) 양강체제로 굳어가고 있다. 보수 후보들은 유권자 표심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한 마디로 보수진영의 흥분은 근거 없는 과장이다.

그런데 야권, 특히 여전히 선두를 달리는 문재인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보면 분석이 달라진다. ‘박근혜 게이트’ 이후 형성된 촛불민심은 그들의 것으로 해석됐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은 참담할 정도로 추락했다. 어제 발표된-4월2주차- 여론조사 지지율도 9.0%였다. 그런데 바로 그제 표출된 현장 투표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왔다. 겉으로 드러난 촛불민심과 실제로 집계된 투표소 민심이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안 그래도 이번 선거 결과는 숨겨진 보수(일명 샤이 보수)에 의해 좌우될 것이란 지적이 많다. 고령화에서 비롯된 보수화가 진보 정권 창출에는 여전히 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그런데 대선을 27일 앞둔 시점에 표출된 현장 투표의 결과가 그 예상처럼 나왔다. 민주당엔 심각한 상황이다. 중도를 끌어안는 정치공학적 변화를 꾀해야 할 시간이다. 이 시간을 놓친다면 대선 뒤 ‘4ㆍ12 재보선 결과를 너무 간과해서 졌다’는 패인을 내놓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