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 성남문화재단 ‘카르멘’ 주역 메조 소프라노 양계화

“하루살이처럼… 오늘을 최선 다해 노래하죠”
지난해 이어 2년 연속 성남무대 남다른 각오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 삶이 변신의 원동력
자연스럽게 내안에 스며든 카르멘 기대하세요

▲ 양계화 메조 소프라노
▲ 양계화 메조 소프라노
“제가 언제까지 노래할 수 있을까요? 당장 내일 노래를 못하게 되거나 그만두게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하루살이’처럼 오늘, 지금을 살아요.”

 

성남문화재단의 자체제작 오페라 <카르멘>의 드레스 리허설이 진행된 지난 11일 오후, 주역을 꿰찬 오페라 가수 양계화(메조 소프라노)를 만났다.

 

그는 2016년 성남아트센터 카르멘 초연에 이어, 지난 13일 ‘파크콘서트’의 개막작으로 펼쳐진 동일한 작품의 주인공으로 다시 찾아 왔다. 파크콘서트는 재단 주최로 성남시 분당중앙공원 야외공연장에서 8월까지 격주 무료로 열리는 인기 공연이다.

 

“숲 속 야외 무대와 달빛이 어우러지면서 공연이 아니라, 실제 순간인 것 같았어요. 인위적인 느낌을 배제할 수 없는 실내 공연과는 다른 생동감을 느꼈죠.”

 

2년 연속 카르멘으로 성남 무대에 오른 그는 달라진 공연 환경만큼이나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포부도 덧붙였다.

 

“작년에는 카르멘의 대사 속 단어 하나하나 그 의미를 분석하고 연구했어요. 놓치기 싫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나이도 한 살 더 먹었고(웃음), 조금 달라졌죠. 카르멘이 내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느낌이에요.”

 

달라진 것은 그 뿐만이 아니다. 언론 취재를 꺼리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이번 인터뷰에 응한 것은 꽤 유의미한 변화다.

 

“무대보다 인터뷰가 떨려요. 사실 전 템포가 굉장히 느린 사람이에요. 인터뷰를 비롯해 이 사회는 빠른 반응을 원하잖아요. 그래서 무대만 하고, 무대로 만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조심스럽게 힘주어 말하는 양 씨는 무대에서만큼은 자신을 내려놓는다. 시대를 발칵 뒤집어놓은 섹시하고 도발적인 카르멘도 소화하지 않았던가. 그는 173cm의 훤칠한 키에 얇은 몸, 단단한 메조 소프라노로 오페라 <오르페오>와 <박쥐>의 남성 역할도 자주 맡았다.

 

이 같은 변신의 원동력은 “다름을 인정하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 것”과 “하루살이와 같은 삶의 자세”다. 아버지를 여의고 오랜 시간 깊은 아쉬움속에 허우적대며 기른 힘이다. 그런 양 씨가 오늘도 준비하는 내일은 로시니와 베르디다.

 

“노래 실력은 늘 아쉽고, 무엇인가를 또 아쉬워하겠지만, 오늘도 노래해요. 그러다보면 기회가 와 있겠죠.”

 

류설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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