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남경필의 눈물

최원재 정치부 차장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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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9일 경기도 소방학교에서 열린 ‘제65기 신임 소방공무원 임용식’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민선 6기 경기지사 재임 기간 공식적인 자리는 물론 사적인 자리에서도 남 지사의 눈물을 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신임 소방공무원 임용식에서 인사말 도중 말을 잇지 못했다. 남 지사의 눈물은 2015년 12월 서해대교 화재현장에서 안타깝게 순직한 故 이병곤 소방령의 미망인이 건네준 손 편지에서 비롯됐다. 남 지사는 인사말 서두에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로 시작하는 정현종시인의‘방문객’이라는시를 낭독했다. 곧이어 남 지사는 미망인의 사연을 얘기하려는 순간 감정에 복받쳐 단상에서 돌아서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야 말을 이어갔다. “여러분 절대로 목숨을 잃으면 안 됩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남 지사는 “철저하게 안전을 지켜 단 한 명도 목숨을 잃으면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임용식에 참석한 399명의 경기 소방관의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눈망울이 일순간에 붉어졌다. 남 지사는 평소에도 그의 갈색 가방 속에 미망인의 손 편지를 소중히 간직하고 다닌다. 그날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서다.

남 지사는 지난해 11월 故 이병곤 소방관과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이병곤 플랜’을 추진했다. ‘이병곤 플랜’에는 △소방관이 행복한 근무환경 △도민을 위해 희생하는 소방관에 대한 지원 △일류장비 및 인력 확충 △지진 등 특수재난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 △소방 사각지대 해소 △소방안전특별회계 설치 등 6가지 목표와 세부계획이 담겼다.

실제로 경기도는 지난해와 올해 1천299명의 소방공무원을 증원했다. 상당수 소방서가 3교대 근무로 전환됐고 노후소방차가 교체됐다. 이 같은 노력으로 소방관들의 근무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물론 장기적인 대책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경기도가 소방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큰 걸음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남 지사의 말처럼 나라와 민족을 위해 자신을 던져 일하는 공직자가 부족한 인력과 노후화된 장비로 인해 희생되는 일은 더 이상 일어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최원재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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