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제주 4·3은 무능한 권력자들의 양민학살이다
[데스크 칼럼] 제주 4·3은 무능한 권력자들의 양민학살이다
  • 최원재 문화부장 chwj74@kyeonggi.com
  • 입력   2018. 04. 05   오후 8 : 44
  •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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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제주 4·3을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ㆍ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ㆍ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정의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전국시ㆍ도 기자협회 대표단을 초청해 제주도 일원에서 ‘제주 4·3 바로 알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4·3 70주년을 맞아 역사의 올바른 이해와 진정한 평화의 의미를 전국적으로 널리 알리고자 마련됐다.

행사는 4·3 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추모하고자 지난 2008년 조성한 제주 4·3 평화공원에서 지난 1988년부터 언론사에서 4·3 특별취재반을 구성해 활동한 것을 시작으로 30년째 4·3 진상 규명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양조훈 제주 4·3 평화재단 이사장의 특강으로 시작됐다. 양 이사장은 신문 기자로 활동하던 시절 4·3을 알리기 위해 ‘4·3을 말한다’라는 연재물을 500회 넘게 게재했다. 70년 전의 일이 30년 전에야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튿날 대표단은 마을이 통째로 불에 타 ‘잃어버린 마을’로 불리는 ‘무등이왓’을 방문했다. 무등이왓은 300여 년 전에 설촌된 마을로 주민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았다. 이곳 무등이왓은 2년제인 동광간이학교가 건립될 정도로 규모가 큰 마을이었다. 지금은 아무도 살지 않는 마을 초입에 할머니 해설사 한 분이 서 있었다. 이 마을에 살았던 홍춘호 할머니(81)로 참혹했던 당시 아픔을 대표단에게 쏟아냈다.

토벌대의 초토화작전이 진행됐던 1948년 11월15일 홍 할머니는 11살이었다. 홍 할머니는 이날 마을 주민 11명이 총살되던 장면을 어제 일 같이 생생하게 증언했다. 할머니의 가족은 동생 2명과 아버지, 어머니 모두 5명이었다. 할머니의 가족들은 추운 겨울이 시작되자 안덕면 동광리의 큰 넓궤라는 용암동굴에서 40여 일을 은신해 있었다고 했다. ‘동광 큰 넓궤’에는 토벌대의 무자비한 학살을 피하고자 피신한 마을 주민 120여 명이 함께 있었다.

집요한 추적을 벌이던 토벌대는 주민들의 은신처를 찾아냈다. 청년들은 노인과 어린아이를 굴 안으로 대피시킨 후 이불 등 솜들을 전부 모아 고춧가루와 함께 쌓아 놓고 불을 붙인 후 키를 이용해 매운 연기가 밖으로 나가도록 부쳤다. 토벌대는 매운 연기로 접근이 어렵자 총만 난사하고 입구를 돌로 막아버렸다. 토벌대가 철수한 후 근처에 숨어 있었던 청년들이 입구의 돌을 치우고 주민들을 다른 곳으로 피신시켰다.

하지만 홍 할머니 가족은 이곳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 할머니는 “40여 일 동안 아버지가 구해다 준 깨, 조 범벅을 먹어가며 씻지도 못하고 짐승처럼 살았다”고 했다. 대표단이 이곳을 들어갔다. 10여 명의 대표단은 20여 분을 기어서 굴 안쪽까지 들어갔다. 50㎡ 정도의 공간에서 대표단은 가지고 있던 랜턴의 불을 모두 껐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린이와 노인, 부녀자가 이곳에서 40여 일 살았단 말인가. 가슴이 먹먹하고 숨이 막혔다.

미군정과 이승만은 제주도를 ‘빨갱이 섬’(레드아일랜드)으로 규정하고 ‘초토화작전’을 벌이면서 어린이, 노인, 부녀자를 가리지 않고 죽였다. 해방 이후 혼돈의 시기, 혼란의 시기이긴 했지만 미군정과 이승만은 사태를 과연 이런 식으로 밖에 수습할 수 없었는지 묻고 싶다. 권력자들의 잘못된 판단이 너무나 참혹한 비극을 만들어냈다. 제주 4·3은 폭동도, 민중항쟁도 아닌 무능한 권력자들의 양민학살이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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