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임차인이 나가지 않고 임차물을 점유하는 이유가 임대인이 보증금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면 어떻게 될까. 임차인도 열쇠로 문을 잠가 놓은 채 임차목적물을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은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경우 대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 종료 이후에도 보증금의 반환을 요구하면서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는 방법으로 목적물의 반환을 거부하기 위하여 임차건물 부분을 계속 점유하기는 하였으나 이를 본래의 임대차계약상의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아니하여 실질적 이익을 얻지 못한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없다고 한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 보증금을 주지 않아 임차물을 점유하고 있으면서 실제 임차물을 사용수익하지 않을 경우, 임차인은 계약종료일 이후의 월세 상당액을 임대인에게 반환할 의무가 없다.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의 반환의무는 동시이행의 관계에 있어, 임차인이 동시이행의 항변권을 행사하여 임차건물을 계속 점유하여 온 것이라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위 보증금반환의무를 이행하였다거나 그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을 하여 임차인의 동시이행 항변권이 상실되지 않는 이상, 임차인의 위 건물에 대한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할 수 없으며, 따라서 임차인으로서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의무도 없다고 할 것이다. 이는 임차인의 사정으로 인하여 임차건물을 사용수익을 하지 못하였거나 임차인이 자신의 시설물 일부를 반출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만일 임대차계약서에 특약으로 ‘임차인이 임대차기간이 종료한 후 아파트를 인도하거나 갱신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불법거주배상금으로 월 임대료의 1.5배(150%)에 상당한 금액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경우는 어떻게 될까.
우리 하급심 판결은 우선 이러한 약정을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다음으로 임대차계약이 종료할 경우 임대인은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현실적인 이행의 제공을 하여야 하는데, 임대인이 이러한 자기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한,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반환하지 않더라도 이를 위법하다고 할 수 없어 임대차기간 종료 후에도 임차인의 점유는 불법점유라고 볼 수 없고 그에 따라 임차인이 위 특약에 따른 불법거주배상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국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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