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용두사미

▲ 이명관
▲ 이명관
‘시작은 그럴듯하나 끝이 흐지부지하다’라는 의미의 용두사미(龍頭蛇尾, 용 머리에 뱀의 꼬리)라는 사자성어가 문득문득 떠오르게 되는 작금의 시점이다. 세상 일이 그러하듯이 처음 시작은 왁자지껄했지만, 결과는 흐지부지되는 일들이 데자뷰처럼 일어나고 있다. 상황도, 세간의 평가도 전혀 다른 중간과정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드루킹 일당의 댓글조작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팀의 업무가 오는 25일로 사실상 종결된다.

특검은 30일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했다. 앞선 12번의 특검에서 스스로 기간연장을 포기한 적은 없었다. 그만큼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정치권과 법조계 등의 반응도 다양하다. 물론 국민들의 반응은 ‘잘했다’라기 보다는 실망이 훨씬 큰 쪽으로 기울고 있다.

특검 중 가장 관심을 받았던 것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드루킹에게 댓글조작을 지시하는 등 범행 공모를 했는지 여부였다. 그러나 지난 18일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면서 특검은 명분과 힘을 사실상 잃게 됐다. 여당이면서 현직 도지사인 김 지사를 수사하기 위해 출범한 특검은 애초에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결과로 비칠 듯하다.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2억 원가량의 정치자금 불법 수수 의혹은 별건 수사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검 수사와 관련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자살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상당수 국민들은 노 의원의 죽음을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지 않았던 돈을 거부하지 못했던 자책과 부끄러움에 대한 책임으로 이해하는 듯하다. 노 의원의 죽음에 수많은 국민이 애도했고, 정의당 당원 가입이 늘고 당 지지율이 상승한 현상은 이를 방증한다. 노 의원이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죄송하다. 저를 벌해주시고, 당은 계속 아껴 달라”는 마지막 당부가 오히려 크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노 의원의 죽음이 김 지사에게 면죄부를 주게 된 계기가 되지 않았느냐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악재가 겹치면서 특검은 스스로 수사기간 연장을 포기하면서, 마무리 짓는 모양새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가 조직에서 겪었다는 불이익과 성추행 피해를 공개하면서 시작돼 올 상반기 이슈의 중심이 됐던 미투운동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무죄 판결로 한풀 꺾인 듯하다. 서 검사의 사건 공개 이후로 문화계, 정계, 학계 등 각계각층에서 미투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던 중 3월5일 김지은씨의 폭로로 안 전 지사가 미투 운동의 한복판에 섰었던 사안이다. 그런 와중에 몇몇의 연예인들은 소리없이 활동을 중단하기도 하는 등 사회 곳곳에서 미투 운동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일이 벌어졌다.

물론 아직까지 미투운동은 현재 진행형이다. 다만 이 또한 자살로 마무리됐던 중견 탤런트 사건의 여파로 희석돼, 안 전 지사의 무죄라는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냐는 목소리도 심심찮다.

수도권을 가로지르는 제 19호 태풍 ‘솔릭’이 대한민국을 강타하고 있다. 22일 오후 제주를 지나 24일 새벽에는 한반도를 가르는 경로로 가는 이번 태풍은 강풍과 집중호우를 동반하고 있다. 피해 예방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 유관기관 등이 모두 나서 방비에 여념이 없지만, 피해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대자연의 힘에 인간이 감히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다만 그러한 강한 자연의 힘이 최근에 사회에서 발생한 일들처럼 용두사미 격이 되길 격하게 바라본다. 태풍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이명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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