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시장단가란 과거 공사입찰에서 낙찰된 가격을 토대로 축적되는데, 이는 최근 경기도에서 공개를 추진하고 있는 건설원가와 비슷한 것이다. 표준시장단가를 적용해서 공사원가를 산정한다면, 이론적으로는 거의 예정가격에 근접하여 낙찰시키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입찰 제도를 보면, 발주자가 예정가격의 85% 내외로 예정 낙찰률을 미리 정해놓은 사례가 많다. 결과적으로 표준시장단가를 활용할 경우, 과거의 계약단가에 예정 낙찰률을 곱하여 또다시 하락한 새로운 계약단가가 생성되는 꼴이 된다. 결국, 공사비가 낮아지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건설사나 하도급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입찰자 입장에서는 시장거래가격을 반영해 적정 금액을 투찰할 수도 있다. 그런데 1건 공사 입찰에 대략 300여 개사가 참여하는 현실에서 발주자가 정한 예정낙찰률을 초과하여 투찰할 경우, 낙찰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한다. 미국일본 등의 사례를 보면, 과거 계약단가를 활용할 경우 대부분 낙찰률이 예정가격에 근접한다. 구미에서는 예정가격을 넘는 낙찰도 허용하고 있다.
표준시장단가를 축적하는 기관도 상이하다. 우리나라는 국토교통부 산하의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 독점적으로 표준시장단가를 축적하여 공표하고 있다. 반면, 구미에서는 다양한 민간의 적산전문기관에서 발표하는 코스트데이터를 활용한다. 일본에서도 경제조사회와 건설물가조사회에서 코스트데이터를 조사·발표하는데, 두 기관 모두 재정적으로 독립된 민간기구이다.
또, 표준시장단가는 시장거래가격을 토대로 축적되어야 하고, 그 후 물가변동 등을 고려하여 주기적으로 업데이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표준시장단가가 도입된 2004년 이후 15년간 건설물가지수는 80% 이상 상승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준시장단가는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공종이 태반이다. 이는 물가변동을 반영하여 주기적인 업데이트가 미흡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표준시장단가가 시장거래가격을 정확히 반영하거나 혹은 표준시장단가 적용 시 외국과 같이 낙찰률이 예정가격에 근접하도록 입찰제도가 정상화되지 않는 한, 표준시장단가 확대는 발주자의 일방적인 불공정 행위로 볼 수 있다.
더구나 국내의 경우 표준시장단가는 대부분 중·대형 공사를 중심으로 코스트데이터가 수집되고 관리된다. 그런데 중소 공사는 대형 공사에 비하여 투입 인력의 숙련도나 생산성이 낮다. 정부의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중소규모 공사의 경우 표준시장단가의 적용을 배제한 이유도 이러한 현실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인위적인 저가 낙찰은 결국 저가 하도급이나 부실 자재로 연결되고, 이는 시설물의 수명을 단축시켜 오히려 재정 측면에서 손해가 될 수 있다. 경기도는 중소 건설사와 근로자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포퓰리즘 정책에서 벗어나, 외국인 근로자를 쓰지 않고는 적자를 면할 수 없다는 공공공사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