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경로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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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종태(전 남양주시장)



어느덧 세월이 흘러 육십을 훨씬 넘기고, 이젠 전철을 탈 때에도 경로 우대권을 받아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전철을 탈때가 되면 마음은 두 갈래가 되어 갈등을 느끼곤 한다. 그 한가지는 매표소의 직원이 얼굴을 한번 보고 아무말 없이 경로우대권을 내어 줄 때, 이젠 나도 누구나 인정하는 늙은이가 되었구나 하는 생각에 서글퍼진다. 다른 한가지는 신분증을 제시하라고 말할 때 사람 말을 믿지 못하고 번거로움을 주는 것 같아 야속한 생각이 들 때이다.

가끔 전철 매표소 앞에서 불친절함이 마음에 안 들어 큰 소리를 내는 노인을 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과거에는 젊은을 무기삼아 제법 한 가닥 하던 사람이었다는 생각때문인지 불친절함에 무시 당하는 것 같아 더 화가 나고 큰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며 세월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고 노인이 되어 가는 순리를 받아들이고 우리가 참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시들해져 그냥 지나치는 내 자신이 되고 보니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늙어 가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러워진다.

나이든 사람을 우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경로 우대권은 혜택을 받는 이들에겐 마음 편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표를 사기 위해 매표소에 줄을 서면서도 어느 창구의 직원이 밝은 인상으로 표를 내어 줄까 점치면서 골라 서게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언제 어느 곳에서도 눈을 마주치면 밝은 모습으로 표를 건네주는 매표원을 볼 수 없었다. 모두가 바쁜 시대에 그럴 수 있는 일이라 단정짓기엔 너무 아쉬움이 많은 것 같다.

어느 외국 서적에서 읽은 내용이다. 미국의 어느 고속도로에 매표소가 여러개 있었는데 유독 한곳에만 줄이 길게 늘어서 있고, 어느 큰 슈퍼마켓에서도 계산대 한곳에만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 이유는 직업의식이 매우 투철한 직원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남들은 관을 똑바로 세워 놓은 곳이 매표소라고 조롱하지만 내가 소개하는 매표원에겐 일하면서 음악도 듣고 춤 연습도 하면서 급여도 받을 수 있는 훌륭한 직장이었던 것이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이 미소 짓게 하고 친절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사람들은 스텝을 밟으며 즐겁게 일하는 매표원을 한번 더 보려고 줄 서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슈퍼마켓 직원은 항상 미소와 친절을 잊지 않았고, 그날의 금언이 적힌 쪽지를 준비해 고객들에게 나눠주니 이것을 받기 위한 줄서기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일화를 읽고, 표정 없는 얼굴로 표를 던져 주는 것과 같은 우리네 직업인들의 생각을 비교하게 된다. 찡그린 얼굴 보다 미소로 대답할 수 있는,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닌 천직으로 알고 최선을 다하는 직업의식을 갖는 것이 자신에게도 행복한 일이 아닐까?

어른을 공경하는 것은 예로부터 전해오는 우리네 미덕이었다. 그러나 점차 각박해져만 가는 현실속에 점차 빛이 바래 가는 것도 사실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가끔 노약자 좌석에 젊은이가 앉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참지 못하고 호통을 치며 나무라는 노인들이 있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내가 동조를 해야 하는지 모른 척 해야 하는지 판단이 잘 서지 않을 때가 있다. 모 고등학교에서의 여론조사를 보면 버스나 전철에서 앞에 서 있는 노인들에게 자리를 양보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에 똑같은 요금을 냈는데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었다 한다. 서글픈 얘기지만 설문 결과에 기막혀 하기보다는 변해 가는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 들여야하지 않을까? “젊은이는 뜨는 해, 우리네 노인은 지는 해”라고 인정하고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바라 볼 수 있는 여유를 갖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또한 이런 생각을 지니고 사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세상살이가 이해타산만 갖고는 살 수 없는 것이고, 진정한 가치는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룰 때 얻을 수 있다는 것과 합리적인 사고와 멀리 바라 볼 수 있는 혜안을 키워 줄 수 있도록 도와야 겠다. 젊음과 늙음은 세월과 나이로만 측정되는 것이 아닌 꿈과 열정의 깊이로 인해 늙은이가 젊은이로 젊은이가 늙은이로 달라 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야하지 않을까?

미래에는 첨단 과학과 생명 기술의 발달로 노령화 사회로 간다 한다. 증가하는 노령인구로 사회복지 정책은 더 발달해야 하고 막대한 예산이 투여돼야 하는 만큼 사회의 부담도 커지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 젊은 시절에 노력한 대가로 오늘날의 발전을 볼 수 있었다지만 우리의 소망이나 목표는 아직도 멀기만 하므로 인내해야 할 것 같다.

생의 말미를 아름답게 장식하기 위해 우리의 현실에 감사하고, 이 사회가 우리를 다소 섭섭하게 할지라도 너그러움으로 마음을 채워보자. 이러한 좋은 예가 일본의 노인들은 젊은이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출근시간에는 가능한 공공시설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늘 하루도 그저 건강하게 보낸 것을 감사하면서, 또 경로 우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도 감사의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아량을 가져 보자. 우리 노년기의 삶이 건강하고 장수한다고만 해서 최상의 삶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모든 것을 여유 있는 마음으로 바라 볼 수 있고, 이 사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는 것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인 것 같다. 오늘, 경로 우대권을 받게 되면 창구 옆에 놓인 불우이웃돕기 함에 우대 받은 금액을 넣고 전철을 타 볼까하는 생각을 가져본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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