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양심의 자유와 병역

기고/양심의 자유와 병역

우탁균(인천·경기지방병무청인천병무신고사무소)

지난 50여년의 짧은 시간동안 우리를 둘러싼 주변환경은 급속히 변화되었다. 1,2차 세계대전을 치르면서 나타난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의 극한 동서대립이 막을 내리고 분단국 독일이 상호이념논쟁을 종식하고 통일을 하는 등 21세기로 접어들면서 평화적이고 다원화된 세상으로 전환이 된 것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폐쇄되었던 북한과 화해분위기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과거 일부 종교단체에서 시작된 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가 이젠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근거로 병역을 거부하려고 하며, 이를 제도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 신념을 포함하여 통상 ‘병역, 집총을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절대악이라 확신하여 거부하는 행위’로 개념지을 수 있을 것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론자들은 병역거부의 이유로서 반전과 평화 그리고 비폭력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은 비단 그들만이 추구하는 이상세계가 아니며 군대가 있기 때문에 전쟁이 있다는 그들의 주장 역시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그들은 집총을 하는 병역이행 대신 대체복무제도를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병역을 성실히 이행하는 또 하나의 양심과 어떤 객관적 기준으로 비교·형량하는가의 문제가 제기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외국의 입법례를 보면 미국, 독일, 대만등 많은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또는 사실상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있으나 제한된 범위내에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을 비롯한 40여개 국가에서는 아직까지 이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각 나라마다 지내온 역사적 환경과 현재의 여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의 판단은 쉽지 않다.

인간의 양심은 어떤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는 각자의 자라온 환경에서 형성된 인간내부의 신념, 사상, 가치관이다. 그러므로 타인의 주관적 판단으로서 개인적 양심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더욱이 한번 형성된 양심이 그 이후에 절대로 변하지 않는 성질의 것이 아닌 이상 외부에서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양심의 판단기준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고립된 무인도에서 한 개인이 자신의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은 주변의 제재를 받을 아무런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무리지어 사는 이 사회에서 개인의 내면세계인 양심이 외부로 표출되어 주변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결코 개인적인 문제만으로 한정될 수 없는 것이다. 즉 외부로 표출된 개인의 양심이 주변에 심히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다른 사회구성원의 안전과 이익을 위해 제재가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현재 우리가 속한 사회에서 통용되는 보편·타당한 상식의 토대위에서 형성된 사회구성원들의 약속인 “법”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아무런 거리낌없이 사회적 약속으로서 받아들이던 병역의무이행이 일부 계층에서이기는 하나 거부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것이 점차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다원적 민주주의 국가로 그만큼 성숙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일부 종교단체의 병역거부도 아직 사회구성원들의 검증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객관적 판단기준도 없는 개인의 내부 신념을 이유로 하는 병역의 거부는 그 어떤 대체복무를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현재 대다수 사람들이 수용하기에 이른감이 없지 않다. 더구나 개인의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가 병역기피를 위한 1회성 양심인지, 평생의 확고한 가치관·신념인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단 말인가? 병역을 거부한 양심의 지속적 실천을 외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면 이는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없는 개인의 문제일 뿐이다.

요컨대, 사회구성원들의 오랜 약속으로서 성실히 이행되어야 할 병역의무는 외부 통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다분히 추상적이면서 포괄적인 개인의 양심을 이유로서 거부되어 질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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