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종교] 어머니께 보낸 어느 학도병의 편지
[삶과 종교] 어머니께 보낸 어느 학도병의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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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봉
이세봉

생전 처음 경험해 보는 불볕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8월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여기 무덥고 무서운 여름을 보낸 가슴 아픈 사연이 있어 함께 나누려고 한다. 1950년 8월11일 학도병 71명은 포항전투에 투입되어 포항여중 앞에서 북한군과 접전 중 48명이 전사했다.

그들 가운데 당시 서울 동성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이우근 학도병의 주머니에서 발견된 어머니께 보내는 편지가 우리의 마음을 아리게 한다.

“ ..... 어머니! 전쟁은 왜 해야 하나요? 이 복잡하고 괴로운 심정을 어머니께 알려 드려야 내 마음이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저는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 옆에는 수많은 학우가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듯, 적이 덤벼들 것을 기다리며 뜨거운 햇볕 아래 엎디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엎디어 이 글을 씁니다. 괴뢰군은 지금 침묵을 지키고 있습니다. 언제 다시 덤벼들지 모릅니다. 저희들 앞에 도사리고 있는 괴뢰군 수는 너무나 많습니다.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저희들은 겨우 71명 뿐입니다. 어머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까 조금은 마음이 진정이 되는 것 같습니다.

어머님! 어서 전쟁이 끝나고 “어머니이!”하고 부르며 어머님 품에 덜썩 안기고 싶습니다. 어제 저는 내복을 제 손으로 빨아 입었습니다. 비눗내 나는 청결한 내복을 입으면서 저는 한가지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어머님이 빨아주시던 백옥 같은 내복과 제가 빨아 입은 그다지 청결하지 못한 내복의 의미를 말입니다. 그런데 어머님, 저는 그 내복을 갈아입으면서, 왜 수의를 문득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어머님, 저는 꼭 살아서 다시 어머님 곁으로 달려가겠습니다. 웬일인지 문득 상추쌈을 재검스럽게 먹고 싶습니다. 그리고 옹달샘의 이가 시리도록 차가운 냉수를 벌컥벌컥 한없이 들이키고 싶습니다.

어머님! 놈들이 다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다시 또 쓰겠습니다. 어머니 안녕! 안녕! 아뿔싸 안녕히 아닙니다. 다시 쓸테니까요…. 그럼 이따가 또…….”

다소 긴 내용의 편지를 중략하면서 인용했다. 포항시 용흥동 전몰학도 충혼탑 광장에 이우근 학도병의 이 편지가 검은 오석에 음각으로 새겨져 건립되었다. 광복절이 있는 8월에 다시 한 번 지금의 대한민국이 일제의 압박에서 해방과 6.25 동란의 아픔을 극복하고 열방 가운데 우뚝 서게 된 이면에는 이렇게 조국을 지키고 세우기 위해 피 흘려 산화한 어린 학도병에서부터 수많은 참전용사들과 16개국에서 참전한 고마운 손길들이 있었음을 잊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군의 경성함이 허사로다.” 구약성서 시편 127편 1절

이세봉 한국소년보호협회 사무총장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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