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셔틀·아쿠아포닉스 등 道 기술력에 큰 관심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하고 비약해 민족의 슬기와 재주를 만방에 떨치자”
경기도의 비상을 바라는 북한의 소망과 함께 도의 기술력을 뽐내는 역사의 장이 열렸다. 북측은 도내 ITㆍ농업 기술의 집약처를 시찰하면서 놀라움과 기대감을 표출, 향후 글로벌 무대 속 협력을 약속했다.
15일 오전 10시 27분께 판교 제2테크노밸리 기업지원허브 안, 이재명 도지사는 설렘과 긴장을 안고 정문을 향해 넓은 보폭으로 향했다. 문 앞에는 170㎝이 안 되는 왜소한 체격과 여든이 넘는 나이로 노쇠한 모습을 간직한 리종혁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북측 인사가 서 있었다.
이 지사는 꽃다발을 건네고서 “어서 오십시오. 먼 길 오느라 고생하셨습니다”라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은 웃음으로 화답했고, 방명록에 ‘민족의 슬기와 재주를 만방에 떨치자’고 적었다. 20여 분간 비공개 회담 후 양측은 100여m를 걸어 ‘제로 셔틀’ 시승장으로 향했다. ‘제로 셔틀’은 4차산업 기술을 집약해 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다. 북측은 관계자의 설명을 청취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시속은 몇 ㎞냐’, ‘언제 상용화되나’ 등 질문을 쏟아내면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 지사와 리 부위원장 등 6명이 탑승한 가운데 제로 셔틀은 1.5㎞ 거리의 판교 제1테크노밸리 스타트업캠퍼스(스타트업ㆍ예비 창업자의 교육과 창업 지원)로 이동했다. 북측은 3D 프린터 시연 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사진을 찍자마자 바로 프린터로 출력되는 모습을 보면서 관계자에 작동 원리를 묻기도 했다.
뒤이어 오찬이 열린 수원 굿모닝하우스에서는 이 지사가 리 부위원장에게 한국에서 발간된 월북 작가 리기영(리 부위원장의 아버지)의 소설 ‘고향’ 책자를 선물했다. 특히 이날 오찬 밥상은 남쪽은 파주시 장단면, 북쪽은 황해도 장풍군으로 나뉜 장단군 먹을거리로 꾸려졌다. 명란무만두, 돼지안심냉채, 개성인삼향연저육, 인삼정과 등이 상 위에 올랐다.
북측의 관심이 가장 높았던 장소는 경기도농업기술원(화성 기산동). 오후 2시 40분께 도농기원 정문에 도착한 리 부위원장은 환영 꽃다발부터 흥미를 나타냈다. 도농기원이 전한 꽃다발은 딥퍼플, 레드포켓(장미 신품종) 2개였다. 리 부위원장은 수행단에 “이 꽃이 정말 마음에 든다. 잘 챙겨달라”고 지시했다.
리 부위원장은 이곳 방명록에 ‘세계를 굽어보는 최첨단 기술의 선구자가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작성, 도의 기술력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이어 북측은 ‘아쿠아포닉스(Aquaponicsㆍ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유기물을 이용한 수경재배)’ 등에 주목하는 모습이었다.
공식 일정을 마친 북측은 오후 4시께 숙소인 고양 엠블호텔로 돌아갔다. 엠블호텔에서 이재명 지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하는 만찬도 진행됐다.
한편 도는 아태평화교류협회와 함께 16일 엠블호텔에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열기로 하고 북측 대표단 7명을 초청했다. 그러나 김성혜 아태위 실장 등 2명이 개인사정을 이유로 불참, 북측 5명이 지난 14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여승구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