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가 900여 명이다. 전국 521개교를 기준으로 했으니 한 학교에 교사 2명꼴이다.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190명(고교 100곳)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서울 73명(54곳), 경남 95명(52곳), 충남 93명(48곳), 경북 89명(47곳) 등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다.
주목할 건 이 가운데 사립학교가 차지하는 비중이다. 348곳이 사립고로 공립고 173곳에 비해 두 배 이상 많다. 서울은 해당 학교의 93%가 사립고였다. 사립고 가운데 특목고 21곳과 자사고 17곳에는 교사 68명이 자녀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경기도의 어떤 사립고는 무려 9명의 교사가 자녀 11명과 같은 학교에 근무 중이다.
최근에 시험지 유출 사건이 발생한 학교는 모두 7곳이다. 이 중에 5곳이 사립학교로 전체 70%를 차지한다. 이번에 국민적 공분을 자아낸 쌍둥이 시험지 유출 의혹 사건도 사립학교에서 발생했다. 사립학교의 내신 관리가 특히 문제 있다는 건 아니다. 다만 현실적 통계가 정책의 중요한 베이스가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지금 교육 당국이 내놓는 대책은 하나다. 교사 부모가 자녀 학생과 같은 학교에 근무할 수 없도록 하는 상피제(相避制)다. 서울ㆍ인천ㆍ광주 등 일선 교육청이 앞다퉈 내놨다. 그런데 여기에 치명적 한계가 있다. 사립학교를 끌어들일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없다. 사립학교법상 교사의 채용ㆍ인사ㆍ징계는 모두 학교 법인에 있다. 해당 학교의 70~90%인 사립학교에 아무런 효력도 미치지 못하는 대책이다. 올 7월 상피제를 도입했던 경기도 교육청도 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지금 내신 불신 문제는 정점에 왔다. 시간이 해결해 주지도 않는다. 근본적인 처방은 대입에서 내신 비중을 없애는 것이다. 하지만, 대입 제도는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 2020년에는 4년제 대학 정원의 수시 선발 비중이 70%까지 높아진다. 불신이 그만큼 커질 공산이 크다. 쌍둥이 사건이 내신 불신을 해결해야 할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그래서 나온 ‘부족하지만 그나마 해 봐야 할’ 대안이 상피제다. 그렇다면, 90%의 사립학교를 포함시킬 수 있는 확고한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입법적 조치 외엔 달리 길이 없다.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 상피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사립학교의 자율성 침해와는 별개의 문제다. 수술로 환부를 도려내듯이 정확히 고교 상피제의 출구만 터주면 된다. 교육 당국과 사립교단이 머리를 맞대면 방안을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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