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방법 ‘안전매뉴얼 준수’

 

교지졸속(巧遲拙速), 교지는 졸속만 못하다는 뜻으로 뛰어나지만 늦는 사람보다 미흡해도 빠른 사람이 더 낫다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물론 모든 상황에 교지졸속이 맞아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간’과 관계된 일에 있어서는 간과할 수 없는 말이다.

특히,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는 사고나 재난에서의 시간 싸움은 ‘골든타임’이라고 불릴 만큼 중요하며, 그 피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초동대처가 얼마나 적절했는가에 따라 피해의 크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화재나 유해 화학 물질 누출과 같은 사고는 초기대응이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사업체 관계자 등의 늑장신고로 골든타임을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2015년 경북 영천시 불산 누출사고는 사고 2시간 후 늑장신고로 초동대응이 상당히 지연되어 공장 주변 주민 200여 명이 뒤늦게 긴급대피하고 그 중 48명이 두통과 메스꺼움 등으로 치료를 받는 등 피해를 입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충북 청주시 오창산업단지 내 한 가스 제조·공급업체에서 암모니아 10kg이 기체 상태로 누출되었으나, 30분 동안 자체 수습을 시도하다 상황이 악화되자 소방당국에 신고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로 인해 무방비로 암모니아에 노출된 인근 업체 근로자 등 40여 명이 눈 따가움, 호흡곤란, 메스꺼움 등을 호소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소방당국에서는 이러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고 초기 신속한 대응을 위해 119 신고의 중요성을 지나치리만큼 강조하고 있음에도, 자체 사고 처리를 빌미로 소방서에 늑장 신고하여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일선에서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자로서 안타깝기 그지없다.

화재 및 각종 사고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관계 기관에 신고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의무이다. 소방기본법 제19조 제1항에는 “화재 현장 또는 구조·구급이 필요한 사고 현장을 발견한 사람은 그 현장의 상황을 소방본부, 소방서 또는 관계 행정기관에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법을 떠나서 위험에 처한 사람, 특히나 생명에 지장이 있을 만한 큰 사고를 목격하고도 회사의 이익을 위해, 이를 숨기는 데 급급하여 신고를 미루는 것은 인륜적으로도 이해 할 수 없는 행동이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것으로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

모든 사고와 재난은 예측이 불가하며 다양한 방향으로 전개된다. 따라서 재난 발생 시 어떠한 경우에도 인명 구조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며,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119에 신고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위험물안전관리법에 따라 일정 수량 이상의 위험물을 취급하고 보유하는 사업장은 ‘자체소방대’를 운영해야하며,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반적으로 근린시설, 공공시설, 고층 빌딩 등에는 ‘자위소방대’를 구성하여, 화재나 각종 사고 시 소방기관 도착 전까지 1차적으로 대응하는 조직을 운영한다. 법적으로 소방대를 구성해야 하는 경우 외에도 화재나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하여 기업에서 자발적인 자체소방대를 구성하고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규모나 임무의 범위에 있어서 모든 재난 사고를 총괄 할 수 있는 포괄적인 조직은 아니지만 관리하는 기관이나 사업체의 구조와 사정을 잘 아는 구성원으로 조직되어 있으므로 사고 발생 시 발 빠르게 효과적으로 대응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체소방대나 자위소방대만으로 안전을 담보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상상황에 사용할 장비 및 기구를 평소에 관리는 것은 기본이며, 정기적이고 지속적인 훈련으로 사고와 재난에 대비해야한다. 또한 각종 재난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즉시 119에 신고하고 자체소방대는 소방대 도착 전 초기 대응과 소방기관 도착 후 소방기관과의 공조를 통해 그 피해를 줄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각종 재난 사고는 완벽한 예방으로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재난사고 발생 후에는 빈틈없는 대응으로 피해 규모를 최소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시는 유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고 보완하며 유지해야한다. 이러한 사고 예방의 가장 기본이자 근본은 안전의식을 탄탄하게 하는 것이며, 안전의식의 부재가 낳은 ‘안전불감증’은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 특히 인간의 귀중한 생명과 관계된 안전사고와 안전의식의 결여는 감히 연결되어서도 함께 묶여서도 안 된다. 관리자는 물론 관계자 모두 안전불감증을 없애고 안전매뉴얼을 준수하여 우리사회에서 소중한 생명을 허무하게 잃는 일이 없길 소망한다.

서은석 용인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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