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현우 하나만으론 벅차네”… 새영화 ‘사랑하니까, 괜찮아’ 17일 개봉

교복입은 남녀가 번화가에서 “뭐 어때,사랑하는데”라며 키스하는 장면. 환자복을 입은 여자가 길거리로 뛰쳐나와 사랑한다고 외치고 남자에게 안기는 장면. 영화 ‘사랑하니까,괜찮아’(감독 곽지균·제작 유비다임씨앤필름)의 티저 예고편인 이 두 장면은 새로울 것은 없어도 나름대로의 상큼함이 있었다. 영화의 다른 부분들이 세련되게 받쳐준다면 이런 신파도 꽤 먹히겠다 싶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 이 예고편들은 영화에는 나오지도 않는다. 막무가내로 고백해오는 남자(지현우)와 튕기기만 하는 청순녀(임정은)라는 뻔한 설정은 그렇다 쳐도 시한부 인생은 심했다. 또 여자 주인공은 어디가 아픈건지 예쁜 차림새로 예쁜 말만 하다가 원하는 순간 바로 죽는다. 신파를 표방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보편적인 성찰이나 눈물 나는 클라이막스 한 번 그려내지 못한 영화는 러닝타임 111분을 힘겹게 끌고 간다.

이 영화가 나온 배경은 뻔하다. 힙합 댄스를 멋지게 추고 아카펠라로 서정적인 노래도 부를 줄 아는 키 크고 잘 생긴 킹카 남학생이 나에게 반한다면? 그래서 내 사물함에 장미꽃을 가득 넣어놓고,집앞에 깜빡이는 가로등을 고쳐놓고,눈내린 날 아침 대문 앞에 길을 내놓고,나를 태워주기 위해 자전거를 사고,패러글라이딩을 배우고…. 여자 청소년이라면 누구나 뭉게뭉게 피워봤을 이런 상상을 영상으로 보여주자는 것일테다. 비슷한 발상으로 성공한 ‘늑대의 유혹’같은 영화도 있는 만큼 못할 것도 없다.

실제로 영화 속 이 장면들은 요즘 인기 상승중인 지현우의 환한 미소와 춤솜씨,그리고 터프한 이미지 덕에 꽤 눈길을 끈다. 문제는 나머지 내용은 이 신들을 얼기설기 이어붙인 것에 불과하다는 것. 아무리 지현우를 전면에 내세운 영화라지만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다.

‘겨울 나그네’(1986) ‘젊은날의 초상’(1990) 등의 곽지균 감독과 20대 후반 이후 여성들의 지지로 성공했던 드라마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의 김은숙 작가가 함께 고교생 이야기를 그렸으니 처음부터 무리였는지 모른다. 17일 개봉. 12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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