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치료제인 타미플루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2일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타미플루를 복용한 여중생이 추락사하면서 약에 대한 부작용 등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다. 유족은 “타미플루로 인한 환각 증상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4일 의사ㆍ약사 등에게 처방ㆍ투여시 주의사항을 알리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했다. 식약처 공식입장은 “10세 이상의 소아환자에 있어 인과관계는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다만, 복용 후 이상 행동이 발현하고 추락 등 사고에 이를 수 있다며 주의를 요청했다. 소아 및 청소년이 타미플루를 복용할 때, 최소 이틀간은 혼자 두지 말고 면밀히 관찰할 것을 권고했다.
숨진 여중생이 복용한 타미플루는 과거에도 환각 증상 등 부작용 논란이 제기돼 왔다. 타미플루는 국내 유일한 항바이러스제인 오셀타미비르 성분으로 구성돼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오셀타미비르 성분의 약을 먹은 환자는 경련과 환각, 초조함, 떨림 등 신경정신계 이상 반응을 나타낼 수 있다. 의사가 처방할 때도 합병증이나 정신분열증 등 과거 병력, 증상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처방하게 돼있다.
식약처에 접수된 타미플루 부작용 신고는 2012년 55건에서 2016년 257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엔 164건, 올해는 지난 9월까지 206건이 접수됐다. 증세는 주로 구토·설사·어지러움 등이다. 헛것을 보거나 듣는 환각과 관련된 부작용은 2014년부터 지난 9월까지 총 12건 보고됐으며, 이 중 1건이 추락 사망 사고였다. 정신적 불안 증세도 6건 있었다. 대부분 소아와 청소년이다.
타미플루 부작용 논란이 먼저 불거진 일본에서도 2000년대 초반 타미플루를 복용한 10대 청소년들이 추락해 숨지거나 차도에 뛰어들어 사망한 사건이 잇따랐다. 2001년부터 2007년까지 타미플루를 먹은 128명이 이상 행동 증세를 보였고, 이 중 8명이 건물에서 떨어지거나 도로에 뛰어들어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8명 중 5명은 10대였다. 일본은 2007년 독감 증세가 심각한 경우를 제외하고 만 10~19세 미성년자에 대한 타미플루 처방을 금지했다. 이후 후생노동성 조사 결과 타미플루와 이상 행동 간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지난 8월 처방 금지를 해제했다.
이번 타미플루 부작용과 관련, 복약 지도가 문제되고 있다. 타미플루와 환각의 상관관계가 분명치 않다고 하지만, 이 약을 처방한 의사나 투약한 약사가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우리나라 의사와 약사의 대부분은 환자에게 약의 부작용 등 유의사항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타미플루뿐 아니라 다른 약에 있어서도 부작용에 따른 비슷한 사고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담당 의사와 약사는 약의 효능 및 부작용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 당국은 사고 후 뒷북 행정이 아닌 선제 대응으로 국민 불안 및 사고를 줄이기 위해 복약지도를 철저히 해야 한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