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한해가 어느덧 저물어 간다. 돌이켜보면 올 한해는 어느 해보다 경제적으로 큰 이슈가 많았고 또 어느 때보다 힘들고 어려웠던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새해 벽두부터 급격히 오른 최저임금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위기를 느낀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 제도를 도입해 대대적인 홍보를 벌이며 부랴부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반발을 잠재우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급기야 소상공인들은 유난히 더웠던 지난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삭발 투쟁에 나서기도 했다.
7월에는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제도 도입 여파가 기업들에게 들이닥쳤다. 중소기업인들은 “왜 우리만 희생해야 되느냐”며 성토했고, 혼란스러워하기는 대기업도 마찬가지였다. 정부가 분배와 성장을 동시에 달성해 국민들 삶이 나아지도록 추진한 소득주도성장의 정책들이 오히려 국민에게서 신뢰를 잃고 경제위기론을 부추긴 원인으로 많은 논란을 빚은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 한해를 소득불평등 최악의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여파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내년엔 시간당 8천350원으로 올해보다 10.9% 인상되는데다 주휴수당까지 포함될 가능성이 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타격이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여기에 이번에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폭탄까지 덮쳤다. 중대재해 발생 시 사업주의 처벌을 강화하는 게 주요 골자인데 경영계는 기업을 경영하지 말라는 소리냐며 반발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힘겨운 한해가 지나가고 있다. 하지만, 내년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안갯속이다. 시장 신뢰를 잃어 더 암울해질 가능성도 커 보인다. 많은 기업인을 만나본 결과, 기업 환경도 각종 악재로 사상 최악의 어려움이 닥칠 것으로 비관적인 전망만 쏟아낸다. 심지어 내년에는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 최근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는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과거를 통해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판단하고 올바른 경제정책이 절실해 보인다.
2019년 기해년 황금돼지해에는 우리 경제가 조금은 나아져 모두가 좀 더 웃을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권혁준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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