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삼성 ‘미세먼지연구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기자페이지

한파가 한풀 꺾였나 했더니 미세먼지가 다시 ‘나쁨’이다. 뿌연 하늘은 시야뿐 아니라 가슴까지 답답하게 한다. 여기에 중국발 황사까지 더해져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다. 예전엔 겨울 날씨를 ‘삼한사온(三寒四溫)’으로 표현했는데 요즘은 ‘삼한사미’라 할 정도로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이젠 일기예보를 볼 때 기온보다 미세먼지 농도를 먼저 본다. 추위야 옷을 더 껴입으면 되지만 미세먼지 농도가 높으면 숨쉬기부터 일상생활이 불편하다 보니 예민할 수밖에 없다.

내륙을 넘어 청정지역 제주까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면서 국민 건강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세먼지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공기 중에 아주 작은 먼지로 머물러 있다가 인간의 체내에 침투해 혈관을 더럽히고 우리 몸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염, 폐기종, 천식 등 호흡기질환은 물론 심혈관질환, 피부질환, 안구질환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또 발암물질이 폐포와 혈관으로 들어가 치매나 동맥경화증을 유발하고, 암도 불러온다. 때문에 미세먼지를 ‘은밀한 살인자’라고 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런저런 대책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국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효성이 없다. 미세먼지 주의보나 경보가 발령되면 정부나 지자체는 ‘외출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창문을 닫고, 마스크를 한다고 미세먼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미세먼지 만큼이나 답답하게 느껴진다.

삼성전자가 지난주 수원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내에 ‘미세먼지연구소’를 신설했다. “미세먼지 문제가 우리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것인 만큼, 선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혁신적인 연구 역량을 투입해 사회적 난제 해결에 일조하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인력뿐 아니라 화학ㆍ물리ㆍ생물ㆍ의학 등 관련 분야 국내외 전문가들과도 협업하기로 했다.

미세먼지연구소는 미세먼지의 생성 원인부터 측정ㆍ분석ㆍ포집ㆍ분해까지 전체 사이클을 분석하고, 단계별로 기술적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필요한 기술과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이 연구소의 목표다.

삼성이 사회적 난제 해결에 나선 것에 반가움을 표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사회공헌 활동은 불우이웃 돕기나 사회복지시설 운영 등 자선활동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이를 뛰어넘어 자신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공익활동에도 나서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 ‘삼성이 하니까 역시 다르다’는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