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화지구 철새 대체서식지 서둘러 조성해야

시화지구 습지지역에 철새 대체서식지를 조성하는 사업이 20년째 표류하고 있다. 시화지구 대단위 농업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농어촌공사 화안사업단이 당초 협의와 달리, 철새들이 서식할 수 있는 생태환경 조성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철새 서식지가 파괴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농어촌공사는 농지 조성을 목적으로 4천371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안산시 대부동, 화성시 송산ㆍ서신면 일원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간척종합개발사업을 2001년 착공했다. 공사 측은 본격적인 농지 조성에 앞서 2012년 방수제 37.6㎞와 양수장 1개소, 도수로 4.9㎞ 공사 등을 완료했다.

하지만 겨울철마다 이 지역으로 도래하는 희귀보호종 철새들의 서식지 마련에는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00년 환경부와 안산시, 한국농어촌공사는 사업지구가 입지하는 시화호 주변이 주요 철새도래지 등 생태문화적 가치가 커 철새보호대책을 수립하기로 협의했다. 2013년 말 발표된 환경영향조사 보고서에도 사업구역 내 조성하려는 자연습지, 수초저류지 등 습지조성은 조류 대체서식지 기능을 수행해야 하므로 조류 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다른 공사에 앞서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화지구 습지지역은 200여 종의 조류와 염생식물이 서식하는 수도권 최대 철새 도래지로 2014년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지역’이 됐다. 이 곳엔 법정보호종인 천연기념물 큰고니,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등 15종이 정기적으로 도래한다. 또한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조류Ⅰ급인 황새, 흰꼬리수리 등 6종, 멸종위기 야생조류 Ⅱ급인 검은머리갈매기, 수리부엉이 등 12종이 확인되는 등 중요한 곳이다. 안산시가 2013년 5월부터 2014년 4월까지 시화지구 예정지역 습지에서 진행한 생태환경조사 연구용역결과, 이 지역에서 관찰된 조류는 41과 129종, 18만5천704개체(최대개체수 기준)나 된다.

최근 주요 철새도래지인 송도갯벌, 남양만 매립지 등이 개발이란 명목하에 사라져가고 있다. 때문에 시화지구 대체서식지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더 훼손되기 전에 서식지 조성을 서둘러야 한다.

현재 시화지구 7개 공구 개발면적(4천396㏊) 중 4ㆍ5공구 일부(441㏊)만 생태환경단지로 예정돼 있을뿐 진척은 없는 상태다. 농지구간과 습지구간 구분을 위한 간척지 경계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농어촌공사 측은 ‘대체서식지 조성에 강제의무는 없다’ ‘예산난으로 사업이 정체된 상태’ 운운하며 미온적이다.

대체서식지 조성 여부에 따라 철새들의 생존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든 공사에 앞서 철새들이 쉴 수 있는 공간부터 우선 조성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루면 안된다. 개발만이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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