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강석 계장’의 기자評
[지지대] ‘이강석 계장’의 기자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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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2000년 언저리였을 게다. 정치부장과 도청 공무원이 함께했다. 정치부장은 나, 공무원들은 공보실 직원이다. 순댓국집 낮술이 하염없이 길어졌다. ‘2차’로 옮기자고 간 곳이 방화수류정이다. 세계문화유산인 그 정자 위에 판을 벌였다. 오징어를 안주 삼은 소주 빈병이 쌓여갔다. 틀림없이 되지도 않는 넋두리를 늘어놨을 거다. 그 헛소리를 공무원들은 끝까지 들어줬다. 틈틈이 졸면서 체력을 보충(?)하던 공무원, 이강석 계장이다. ▶대(對) 언론 업무를 그만큼 한 공무원은 없다. 공보실 직원, 공보팀장, 도의회 공보과장, 도청 공보과장…. 오죽하면 기자들이 ‘관선 기자’라고 불렀다. 그도 이 별칭을 싫어하지 않았다. 지겨울 만도 했지만 늘 즐겼다. 기자들의 말 안 되는 항의도 웃어넘겼다. 비난 기사를 쓴 기자도 끌고 가 자장면을 먹었다. 그가 화내거나 심각해지는 걸 본 기자는 거의 없다. 이제 그가 공직을 떠난다. 부시장과 공기관장을 끝으로 42년 공직을 화려하게 정리한다. ▶어느덧 그때의 기자들도 비슷한 처지다. 퇴임한 기자도 많고, 죽은 기자까지 있다. 용케 남은 ‘주필’도 이제 다 돼 간다. 술도 그만큼 먹지 않고, 생떼도 부리지 않고, 깐족대지도 않는다. 퇴직 앞둔 ‘이 계장’이 뒷방 지기 ‘김 주필’을 찾아왔다. 소주잔이 오가자 옛 얘기가 많아진다. “기자를 미워한 적 없어요. 기자가 공격하는 것은 내 업무지 내가 아니지요. 언론은 피할 게 아니라 이용해야죠.” 몇 번이나 들었던 그의 강의(?)다. ▶마지막 술자리일 수 있다. 물어야 할 게 있었다. “어떤 기자 놈이 제일 싫었나요”. 없다고 했다. 또 물었다. “한둘이라도 있었을 거 아니에요”. 뜸 들이던 그가 말을 시작했다. “○○○기자 그러면 안 됐어”. 고인 된 언론계 대선배다. 그에 대한 응어리가 있었던 듯싶다. ‘도청을 자기 사무실 쓰듯 했다’ ‘개인 이익을 위해 기자직을 악용했다’ ‘공무원 위에 군림하려 했다’…. 결국 그가 내린 ‘나쁜 기자’는 ‘사익((私益)에 눈먼 기자’였다. ▶참된 언론인의 자격은 뭔가. 높은 도덕성? 화려한 말재주? 완벽한 글솜씨? 쉽게 결론 낼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언론인끼리는 쉽게 평한다. 동료의 작은 실수에 잔인한 평가질을 해댄다. 40년 전에도 그랬고, ‘엊그제’도 또 그랬다. 앞으로도 고쳐질 것 같지 않는 언론계의 난치병이다. 그래서 이 계장에게 물었던 것이다. 기자와 40년 살아온 ‘관선기자’에게 물었던 것이다. 퇴임식 보름 앞둔 그가 어렵게 내놓은 답이다. ‘사익에 눈먼 기자가 제일 나쁜 기자입니다’.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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