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소비생활로 생기는 피해는 원칙적으로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사업자에게 보상을 요구하고, 해결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는 소액인지라 소송까지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소비생활분쟁 해결을 위한 ADR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법원의 재판이나 행정심판 등에 의하지 않고 당사자의 합의에 의해 분쟁을 해결하는 제도)가 잘 구축돼 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
신속하게 소비자에게 관련 규정을 설명하거나 사업자에게 해결안을 제시하고 합의를 권고하는 역할을 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관하고 10개 소비자단체, 광역지방자치단체,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이 참여한다.
그런데 1372 소비자상담센터는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가? 전국 250여 개 회선에서 상담하는데, 상담사가 개입해서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해결을 합의권고(‘피해처리’)한 건수는 14~15% 수준이다. 소비자상담의 80% 이상은 상담을 받고 소비자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말이다. 1372를 찾았는데, 다른 기관을 안내하거나 내용증명우편을 설명하는 정도로 상담한다면 아쉽기도 하고 화가 날 수도 있는 일이다.
2015년 한국소비자원의 연구보고서(소비자피해액 추계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간 소비자피해 총액이 약 4조3천억 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신고접수되는 비율이 약 14.8%에 불과하다고 한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소비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를 도와주고, 사업자의 부당행위는 적극적으로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소비자와 사업자는 정부에서 만든 ‘소비자분쟁해결기준’과 상담사의 중재안을 따라주는 것이 선진 시민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 상담사는 건당 몇천 원의 상담비를 받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중재하다 보면 하루 2~3건 처리도 쉽지 않아 최저임금은 다른 세상 얘기일 뿐이다. 지역주민의 소비자권익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상담, 교육, 정보 제공 등 소비자권익 활동을 위한 최소한의 예산은 소비자단체에게는 최저임금인 셈이다. 2019년 신청한 예산이 무산됐고, 아직도 일부 소비자와 사업자의 폭언에 시달리지만, 활동가들과 함께하는 소비자권익보호 사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것이 소비자단체의 본분이다.
손철옥 수원녹색소비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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