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절 연휴 중간에 절기상 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立春)이 지나갔다.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로 음력으로 정월의 절기이고 양력으로 2월4일이다. 태양이 황경 315도에 왔을 때를 일컬으며 동양에서는 이 날부터 봄이라 했다. 입춘 전날을 철의 마지막이라는 ‘절분(節分)’이라 하며, 이날 밤을 ‘해넘이’라 불렀다. 따라서 입춘을 마치 연초(年初)처럼 본다. 입춘 전날이 ‘절분’인데 이날 밤 콩을 방이나 문에 뿌려 귀신을 쫓고 새해를 맞는다고 한다.
지난 5일 설날 차례를 지내기 위해 큰댁에 갔다.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이 붙어 있었다. 예부터 입춘이 되면 좋은 일, 묵은해의 액운은 멀리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며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집 대문이나 기둥 등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이나 건양다경(建陽多慶)과 같은 내용의 입춘축을 붙였다. 최근에도 행해지는 입춘의 풍습으로 종이에 입춘을 송축하는 글을 써서 대문에 붙이는 일이다. 보통은 ‘입춘대길(立春大吉: 입춘에 크게 길하다)’이라고 적어 대문에 붙이며 이를 ‘입춘첩(立春帖)’ 또는 ‘입춘축(立春祝)’이라고 불렀다.
대표적인 글귀로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시고 자식은 만대까지 번영하라)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 산처럼 오래살고 바다처럼 재물이 쌓여라) 등이 있다.
양력으로 2019년이 시작된지 한달이 지났지만 동양의 정서상 묵은해의 액운을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시기가 됐다. 지난해 희망적인 소식보다는 힘들고 어렵다는 얘기를 더 많이 들은 것 같다. 세상은 점점 발전하고 문명은 더욱 발달하는데 사람들은 살기 힘들다고 하는 것일까. 묵은해의 어려움은 다 사라지고 입춘대길 건양다경의 입춘축처럼 기해년 새해에는 집집마다 맑은 날이 많고, 좋은 일과 경사스런 일이 많이 생기길 기원한다.
최원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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