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자가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소멸한다. 이를 소멸시효라 한다. 민법에 따르면 채권의 소멸시효 기간은 원칙적으로 10년이다. 따라서 만일 대여금채권자가 자신의 채권을 10년 동안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하고 만다.
그렇다면 다음 사례는 어떠한가. 김씨는 이씨에게 ‘현재 운영하는 노래방을 스탠드바로 변경하기 위한 시설자금이 필요하다. 연말 이전에 반드시 갚을 테니 돈을 빌려 달라’고 요청하여 2008년 1월 1일 1억 원을 빌렸다. 그러나 이후 김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돈을 갚지 않았다. 이씨는 김씨를 믿고 기다리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 2018년 12월 1일 대여금반환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씨는 대여금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인데 위 대여금채권의 변제기인 2008년 12월 31일로부터 10년이 되는 2018년 12월 31일 이전에 소송을 제기하였으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씨의 판단은 옳은가?
결론부터 말하자. 아마도 이씨는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것이다. 상법 제64조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5년이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씨의 대여금채권이 상행위로 인한 채권이라면 그 소멸시효는 5년이다. 위 규정에서 ‘상행위’란 영업으로 하는 행위는 물론 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보조적 상행위)도 포함한다. 채권자와 채무자 중 어느 한 명만 상인인 경우에도 위 규정이 적용된다.
이 사안에서 김씨가 영업을 위한 준비행위(시설의 개보수)를 위하여 이씨로부터 돈을 빌리는 행위는 이른바 보조적 상행위(영업을 위하여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여기서 김씨가 상인인 이상, 설사 이씨가 상인이 아닌 경우에도, 상법의 규정은 여전히 적용된다. 요컨대 이씨가 김씨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권리(대여금채권)는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 이는 상법 제64조의 적용대상이다.
김씨가 돈을 갚아야 하는 변제기를 2008년 12월 31일로 본다면 이씨는 적어도 위 날로부터 5년이 경과하기 전인 2013년 12월 31일이 경과하기 전에 소송을 제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씨는 아무 조치도 하지 않고 있다가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인 2018년 12월 1일에 와서야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렇다면 이씨의 대여금채권은 이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사안의 ‘이씨’와 같은 분들의 주의를 요한다.
김종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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