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Q&A] 맞벌이를 하면서도 좋은 아빠가 되려면…

서로 동등하게 육아 참여하고… 아빠 고유의 영향력 잘 살려야

Q. 유치원생 아들을 둔 부부입니다. 결혼 후 지금까지 죽 맞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최근 육아 문제로 자주 다투게 됩니다. 제가 아내가 원하는 만큼 양육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과 둘 간의 양육방식이 다른 것이 싸움의 주요 주제입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아빠 역할을 잘하는 것일까요?

A. 옥스퍼드대학교는 1958년생 1만 7천여 명을 추적 조사한 자료를 활용하여 ‘아이의 발달과 교육에 적극적인 아빠를 둔 아이는 학업성취도가 높고, 사회성이 좋고, 결혼생활에 성공적’이라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것을 ‘아버지효과(father effect)’라고 합니다. 이 연구 결과는 2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는 아이의 발달을 위해서는 아빠의 육아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아빠와 엄마의 차이는 아이에게 서로 다른 영향력을 미치고, 아빠와 엄마가 서로 다른 영향력이 고루 미칠 때, 아이는 양성을 갖춘 균형 잡힌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빠의 양육 참여는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맞벌이가 대세인 가운데서도 여전히 아빠 역할의 1순위는 경제적 부양과 사회적 지위 확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 저변에 깔렸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아빠들은 밖에서 열심히 일만 하면 됐지만 오늘날의 아빠는 경제적 책임과 함께 육아와 가사에 대해 엄마와 동등한 수준의 참여가 요구되고 있어, 지치고 혼란스럽습니다. 남편이 육아 참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 아내는 아빠들의 이러한 어려움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합니다.

아빠의 육아참여를 이끌어내고자 새로이 인식해야 할 것은 ‘남성의 부모권’ 즉 아빠들에게 책임과 의무에 상응하는 권한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주로 부모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면서 아빠들도 고통분담에 나서라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양육에 관한 아빠의 권리도 주어져야 합니다. 육아에는 희생과 고통 못지않은 보람과 행복감이 주어집니다.

아빠도 육아에서 보람과 행복감을 맛볼 때 더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해집니다. 이와 관련하여 엄마의 문지기 행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의 문지기 행동’이란 아빠의 참여를 지지 혹은 억제하는 엄마의 태도나 행동을 말합니다. 한 예로 엄마가 자신이 정한 원칙에 가족이 따라주기를 바라면서 아빠를 엄마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빠의 참여가 엄마를 도와주는 보조자 역할에 그치거나 강요에 의해 억지로 하는 것이라면 아빠 역할은 ‘부담’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아빠의 자발적인 참여와 ‘아버지효과’를 얻으려면 모성과 부성의 상대적 특징을 잘 이해하고 적절히 활용 해야 합니다. 엄마는 아이를 분리해서 인식하지 않고, 아이의 욕구와 희로애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아빠는 양육에 대한 책임감이 크고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놀이를 할 때에도 엄마들은 정형화되고 교육적이고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며, 비공격적인 방식을 선호합니다.

반면 아빠들은 공간을 많이 활용하고 새로운 규칙이나 놀이방법을 만들어내는 것을 격려합니다. 놀이의 교육적 효과 보다는 놀이 자체의 즐거움에 더 주력합니다. 둘 중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것이 아니라, 엄마와 아빠의 서로 다른 영향력이 고루 미칠 때 아이는 양성을 갖춘 균형 잡힌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아빠의 역할은 엄마 역할을 똑같이 반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빠가 엄마와 함께 양육에 동등하게 참여하면서, 아빠의 고유한 영향력을 잘 살리는 것이 아빠로서 자신의 역할을 찾는 것이 될 것입니다.

정효경 수원시청소년재단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상담사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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