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김유성
출연: 비(정지훈), 강소라, 이범수, 민효린, 김희원 등
줄거리: 일제강점기 희망을 잃은 시대에 일본 선수들을 제치고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자전차대회 1위를 차지하며 동아시아 전역을 휩쓴 '동양 자전차왕' 엄복동을 소재로 한 작품.
3·1운동 100주년, 엄복동을 기억하다
우리에겐 아직 생소할 수 있지만, '엄복동'은 3·1운동 100주년을 맞는 올해만큼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이름이다. 엄복동은 출전하는 자전차 대회마다 일본 대표 선수들을 물리치며 조선 민중의 영웅으로 떠오른 최초의 대중적인 스포츠스타였다. 그는 1913년 4월 13일 용산에서 개최된 자전차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이후, 출전하는 대회마다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뒀다. 특히 1923년 중국에서 열린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며 조선을 넘어 동아시아를 휩쓴 '동양 자전차왕'으로 자리매김했다. 엄복동이 출전하는 자전차 대회를 관람하기 위해 당시 경성 인구 30만 명 중 10만여 명이 몰려들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 체계적인 지원이나 훈련이 없던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도 자전거로 61km를 출퇴근하며 15년간 우승기를 놓치지 않았던 전설적인 선수였다.
엄복동이 되기 위한 정지훈의 피나는 노력
엄복동이 피나는 노력 끝에 전설적인 선수가 될 수 있었다면, 엄복동을 연기한 정지훈은 역대급 연기 투혼을 보이며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정지훈은 촬영 전부터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자전거 특훈에 돌입했고, 1900년대 당시 엄복동 선수의 자전차를 그대로 재현한 자전거를 이용해 선수 못지 않은 실력을 자랑했다. 특히 엄복동만의 전매특허인 '엉덩이 들어올리기' 기술을 익히기 위해 넘어지고 또 넘어지며 팔다리에 상처가 끊이지 않았다고. 정지훈이 촬영 기간 달린 거리는 무려 지구 반 바퀴에 달하는 2만km로, 훈련기간까지 합치면 지구 한 바퀴를 훌쩍 넘길 정도의 거리를 달린 셈이다.
1913년 일제강점기 완벽 재현
'자전차왕 엄복동'의 제작진이 집중한 일제강점기 배경은 '용산 연병장'이었다. 이곳은 당시 일본 군사기지이자 일본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던 곳이었다. 이곳에서 열린 자전차 대회에서 우승한다는 건 마치 적진 한 가운데서 싸워 이기는 것과 마찬가지. 이 때문에 제작진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자전차 경주 장면을 위해 철저한 준비 과정을 거쳤다. 선수 한 사람 한 사람을 밀착 촬영했고, 관중들의 응원과 환호성의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이 밖에 애국단이 동양척식주식회사를 습격하는 장면 역시 실제와 같은 세트장 설치와 액션팀의 숨은 노력 덕분에 마치 역사 속에 있는 듯한 깊은 몰입감을 선사한다.
개봉: 2월 27일
장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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