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공감과 균형의 인권 감수성
[함께하는 인천] 공감과 균형의 인권 감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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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처해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한 성인지 감수성적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

얼마 전 안희정 전 충청남도지사의 항소심 판결문 내용의 일부다.

최근 미투 운동이나 성희롱 및 성폭력 관련 사건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자주 언급되는 성인지 감수성은 인권적인 개념에서 볼 때, 감수성의 세 가지 하위 지각인식 즉, 상황지각, 결과지각, 책임지각에 대한 개념적 지식이 필요하다. 상황지각은 상황에 대한 해석 능력으로서 인권의 문제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능력이다.

결과지각은 자신과 타인에게 미칠 행동의 가능한 결과를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여기에는 타인의 정서인식 능력(공감)도 포함된다. 그리고 책임지각은 인권 관련 행동에 대한 책임을 자신과 관련하여 지각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의지를 뜻한다.

이 중 이번 판결에 영향을 가장 크게 미친 것은 결과지각이다. 어떤 행동 때문에 상대방 즉 피해자가 어떻게 받아들였고 이 때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중시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로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피해자 관점의 판결이다.

최근 20대 남성의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청년 실업률과 일자리, ‘게임에만 빠져 있고 힘든 일은 안 한다’는 어른들의 차갑고도 냉소적인 시선,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무죄 판결, 게다가 사회적으로 페미니즘 정책과 판결 등으로 20대 젊은 남성들이 사회에 분노하고 있다.

인권에서 ‘권’은 정의의 여신 ‘디케’가 들고 있는 ‘저울추 권’이 어원이다. 저울의 핵심은 저울추를 중심으로 양쪽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다. 필자는 최근 노인복지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하면서 주로 강조하는 내용이 요양시설이 행복하려면 입소한 어르신들의 삶도 최우선시 돼야 하지만 저울추 원리처럼 다른 한편에 있는 종사자의 인권과 복지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권력을 가진 ‘갑’으로부터 ‘을’을 보호하면서 있는 자들의 횡포를 막자는 취지도 좋다.

하지만 사실도 아닌 내용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공익을 빙자한 제보나 신고를 해 도리어 선의에 피해자가 생겨남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다.

인권감수성은 지식이나 기술이 앞서서는 안 된다. 우리가 호흡하는 현실, 의식과 맥을 같이해야 하며 모두가 인지하고 공감할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노인들의 행복한 삶을 위해 기초연금 인상과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는 정책도 좋지만, 이 때문에 증가하는 세금을 부담하는 젊은 층 과 기성세대를 이해시키고 공감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이것이 바로 인권의 기본이념인 저울추의 균형과 중심이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긴다. 하지만 조급함 때문에 도리어 부작용과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정희남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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