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사교육 양극화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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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종영된 드라마 ‘SKY캐슬’은 고위층의 자녀 입시 문제를 다뤘다. 청소년이나 교육 관련 드라마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유난히 관심을 끌었던 것은 사교육 문제와 교육 불평등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내신ㆍ스펙 등을 총괄하는 ‘입시 코디네이터’, 부모까지 가세한 아이들의 입시 전쟁, 서민들은 월 수 십만원의 학원비도 부담스러운데 수 천만원을 들이는 사교육비, 세계 일류대생을 바라는 부모의 만족을 위해 가짜 대학생 노릇을 하는 아이의 등장은 과장된 부분이 있을 지 모르지만 거의가 현실이라고 한다.

‘SKY캐슬’이 화제가 되며 사교육 문제가 다시 불거지자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사교육비 경감 및 고액 선행 사교육 폐해 방지책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현행 선행교육 규제법은 공교육기관의 선행교육만 규제하고 있다”며 “공교육기관과 사교육기관의 선행교육을 함께 규제해야 교육의 출발선이 공정해진다”고 강조했다. 또 “월평균 10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중3 학생 비율을 보면 자사고 희망자가 일반고 희망자에 비해 4.9배 높다”며 “사교육 비용과 선행학습 격차를 야기하는 고교체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교육비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29만1천원으로, 전년보다 7.0% 많아졌다. 6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사교육비는 19조5천억원에 달했다. 사교육 참여율도 72.8%로 전년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초등학생이 82.5%로 가장 높았고 중학생 69.6%, 고등학생 58.5%였다. 눈에 띄는 것은 소득 구간별로 최하위인 ‘200만원 미만’ 가계의 사교육 참여율이 47.3%로, 전년 대비 3.3%포인트 늘어났다.

문제는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의 사교육비 지출 차이가 5.1배나 된다는 것이다. 소득 구간별로 최상위인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5천원, 최하위인 ‘2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9만9천원이었다. 부모 소득에 따라 자녀의 사교육비 차가 엄청나다. 이러한 사교육 격차는 입시에 영향을 주고, 취업으로까지 연결되면서 갈수록 개천에서 용이 나기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

사교육비로 인한 교육 불평등이 심각하다. 사교육비 문제는 육아와 함께 저출산에도 영향을 미친다. 교육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말로만 공교육 강화를 떠들게 아니라 사교육비 절감을 교육개혁의 출발점으로 삼아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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