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罪 사해주는 연예계
[지지대] 罪 사해주는 연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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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개그맨 신동엽씨가 구속됐다. 마약관리법 위반혐의였다. 당시 신씨를 구속했던 주임 검사의 회고다. “방송을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많은 팬 사이로 신씨가 나왔다. 수사관들이 조용히 에워쌌다. 마약 위반 혐의를 설명했다. ‘조용히 가시는 게 좋겠다’고 권했다. 신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올랐다.” 다음날 언론이 대서특필했다. 실망과 비난이 이어졌다. 당시 분위기는 그랬다. ‘마약복용’은 가장 저급한 범죄로 취급됐다. ▶지금 신씨는 최고의 방송인이다. 지상파와 종편을 종횡무진 한다. 가장 영향력 있는 MC다. 복귀 과정도 이제는 잊힌 옛일이다. 몇 년의 ‘자숙’이 있었던 것만 기억된다. 신씨만 탓할 건 없다. 90년대 마약 혐의로 구속됐던 영화배우. 그가 지금의 국민 배우 박중훈씨다. 2001년 마약 혐의로 벌금형 선고를 받은 가수. 그가 지금의 세계적 K-팝스타 싸이다. 모두 잠깐의 자숙 뒤에 복귀한 연예인들이다. 연예계를 쥐락펴락하는 거물이다. ▶이마저 바뀌었다. ‘충격’도, ‘자숙’도 생략되는 분위기다. 2018년 촉망받던 래퍼 씨잼이 구속됐다. 대마초를 피운 혐의다. 구치소로 향한 뒤 인스타그램이 화제였다. 구속 직전 “녹음은 끝내놓고 들어간다이~”라는 말을 남겼다. 후배 래퍼 Y는 “사랑합니다. 다녀오십쇼”라고 썼다. 팔로워들도 가세했다. ‘진짜 너무 멋있다’ ‘노래 잘 듣고 있을게, 다녀와’ ‘뭘하든 사랑해요’. ‘구속-석방-자숙-복귀’가 ‘구속-석방-복귀’로 바뀌는 듯하다. ▶이러다 보니 회자되는 불문율이 생겼다. ‘자숙 기간은 1년으로 충분하다’. ‘종편 케이블 방송은 해방구다’. 1년도 걸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불과 몇 개월 뒤에 버젓이 복귀하는 연예인도 있다. 죗값을 치른 연예인의 복귀 시작은 종편 또는 케이블이다. 이른바 간보기다. 여론의 비난 정도를 떠보는 시도다. 여기서 문제가 없으면(?) 본격 활동에 들어간다. 불우이웃 돕기, 재능기부 등의 선행을 이벤트로 끼워넣기도 한다. 이게 공식 아닌 공식이다. ▶버닝썬 사건이 벌집을 쑤셨다. 대통령까지 나서 엄정 수사를 지시했다. 그 중심에 가수 정준영이 있다.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했다고 한다. 동료들과 그 영상을 공유했다고 한다. 자연스레 3년 전 동영상 논란으로 옮겨 붙었다. 그때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하지만, KBS는 그를 곧바로 복귀시켰다. 돌아보면 범죄 연속을 방조한 셈이다. 구속한 검사보다 큰 힘, 형을 선고한 판사보다 큰 힘. 그게 방송국 관계자의 ‘면죄부 부여권’이다. ▶공무원 또는 직장인이 마약 혐의로 구속됐다면 어땠을까. 복직할 수 있었을까. 턱도 없는 소리 아닐까.

김종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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