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불청객 ‘비둘기 공포’… 아파트 실외기 배설물 얼룩 ‘악취’

상가 음식물 보관소 대담한 습격
식당가 “손님 안 올라” 청소 진땀
지자체 사실상 무대책 ‘피해 확산’

(사진 왼쪽부터)비둘기 배설물이 달라붙어 노랗게 변색된 에어컨 실외기의 모습.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이 비둘기 배설물로 뒤덮여 있다.남동구 한 상가 내 음식물 보관소에서 비둘기가 음식물을 쪼아 먹고 있다. 조주현기자
(사진 왼쪽부터)비둘기 배설물이 달라붙어 노랗게 변색된 에어컨 실외기의 모습.미추홀구 주안역 광장이 비둘기 배설물로 뒤덮여 있다.남동구 한 상가 내 음식물 보관소에서 비둘기가 음식물을 쪼아 먹고 있다. 조주현기자

“이제는 ‘구루루’ 소리만 들려도 머리털이 바짝 섭니다.”

20일 오전 인천 부평구 한 아파트.

이 아파트 7층에 사는 정송화씨(38·여) 집 에어컨 실외기에는 비둘기 4~5마리가 무리를 지어 있었다.

실외기 위는 비둘기 배설물이 달라붙어 노랗게 변색해 있었고, 아랫부분은 진흙과 지푸라기, 배설물 등 탓에 악취가 풍겼다.

정씨는 “어느 날부터 ‘구루루’ 거리는 소음이 들리더니 악취가 심해졌다”며 “아이가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어 비둘기 깃털이나 먼지가 걱정돼 사설업체를 불러 30~40만원 들여 비둘기 퇴치 망을 설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비둘기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인천시를 비롯한 기초자치단체는 비둘기 개체 수를 줄이려는 근본적인 대책조차 내놓지 않고 있어 시민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20일 인천시와 10개 군·구에 따르면 시 등은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못하도록 계도활동을 강화할 뿐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자치단체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비둘기는 시민 생활 깊숙이 들어와 곳곳에서 혐오를 넘어 공포로 다가오고 있다.

남동구 한 상가 내 음식물 보관소는 비둘기가 들어와 음식물을 쪼아 먹는 등 위생 문제가 심각했고, 미추홀구 주안역 주변도 비둘기 깃털과 배설물로 뒤덮여 있었다.

백병도씨(48)는 “식당 미관을 훼손해 영업에 방해될까 봐 비둘기 배설물을 치우는 게 일상이 돼 버렸다”며 “구청에 문의해도 알아서 하라는 식”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비둘기 귀소본능을 이용해 서식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하는 등 다른 생물과 공존하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 등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관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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