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국민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데스크 칼럼] 국민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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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명나라 관리였던 해서(海瑞)는 강직한 성품의 청렴결백한 인물로 이름을 날렸지만 파관(罷官)으로 더 유명하다. 그는 관직에 있으면서 정덕제(正德帝), 가정제(嘉靖帝), 융경제(隆慶帝), 만력제(萬曆帝) 등 네 황제를 모셨다. 그는 반평생에 가까운 33년 동안 벼슬길에 오르면서 수없이 파면을 당하나 스스로 사직을 청했다. 엄밀히 보면 관직에 있을 때보다 파직으로 지낸 기간이 더 길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그가 좋은 관리였다면 그토록 파직을 당했을까? 반대로 나쁜 관리였다면 복직됐을까? 또 복직 후엔 왜 품계가 올라갔을까? 황제와 다른 관리들의 그에 대한 시선, 평가는 어땠을까?

권력자들이 그를 좋아했을지 싫어했을지 모르지만 당시(명나라) 백성에게 그는 좋은 관리였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국민)의 기준은 청렴이다. 해서의 청렴함은 유명하다. 그의 일화 중 하나를 소개한다. 그가 지현시절, 관부후원에서 직접 기른 채소를 주로 먹고 술과 고기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그의 유일한 사치는 노모에게 고기 두 근을 사다 올리는 것이었다. 그가 순안 현령이던 시절, 절강 총독 호종헌도 해서가 고기를 샀다는 소문을 듣고 깜짝 놀랐다 한다.

그는 말년에 남긴 재산이 없어 자신의 장례비도 치르지 못할 정도였다. 딱한 사정에 동료 관료들이 돈을 걷어 장례비용을 충당했다. 그가 관직에 있을 때 지킨 원칙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사서오경(四書五經)의 도덕 준칙이고 다른 하나는 명나라의 초대 황제인 홍무제(洪武帝)의 정책법령이다. 이 원칙에는 탐욕이나 부패, 권력을 악용한 사익은 물론, 아첨이나 뇌물, 부정한 접대도 없다.

며칠 전 정부가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을 공개했다. 상당수 고위공직자가 집을 두 채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청와대 참모진 가운데 13명이 집을 2채 이상 소유하고 부동산 정책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7명, 기재부는 5명이 다주택자이다. 국회의원들도 10명 중 4명이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하고 있다. 다주택을 갖고 있는 고위공직자들은 “실거주용이다. 집이 안 팔렸다. 노후 대책을 위해서다. 노모 봉양 수단이다”며 나름대로 이유를 말한다. 하지만 공감하는 국민이 있을까. 오히려 허탈감과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다주택자를 ‘적폐 대상’으로 규정했다. 부동산 정책의 총대를 멘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사에서 “최근 집값 급등은 실수요자가 아닌 부동산 투기 세력 때문”이라며 다주택자를 직접 겨냥했다. 또 2년 전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김 장관은 “집은 주거의 공간이지 투기의 수단으로 만들지 않겠다”며 “다주택자들은 정부 정책 적용 시기까지 실거주 주택 외 나머지 주택을 팔아 주택 시장 안정화에 일조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청와대 참모들과 정책 브레인들도 가세했다. “가진 자들은 앉아서 아무것도 안 해도 불로소득이 발생하는데 누가 열심히 일해서 돈 벌려고 하겠는가”(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일부 특권층들은 부동산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을 증대시켰다”(정해구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며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 같은 전의는 결과적으로 문 정부 스스로 발등을 찍었다. ‘다주택자=적폐세력’으로 규정하고 국민을 다그쳤지만, 정작 본인들은 정반대의 행동을 서슴지 않았고 주거 안정 정책에 반하는 주범으로 전락했다. 청와대 대변인의 사퇴, 장관 후보자의 낙마는 당연한 결과다.

위정자들이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보이는 데 국민이 어찌 정부와 정책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문 정부의 도덕성과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국민은 뒤통수 제대로 맞았다. 국민감정이 부글부글 끓는다. 각종 경제지표는 20여 년 전 국가부도 사태 당시보다 추락하고 있다. 문 정부 들어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체감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현 정부에 국민 반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김창학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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