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끝나고 남과 북 사이에는 군사분계선과 함께 비무장지대(DMZㆍDemilitarized zone)가 설정됐다. 1953년 7월 27일의 ‘한국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에 따라서다. 남북은 휴전선으로부터 각각 2km 지대를 비무장지대로 정하고 군대 주둔, 무기 배치, 군사시설 설치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비무장지대라는 이름과 달리 곳곳이 지뢰밭이다. 약 300만개가 묻혀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남북은 지뢰밭을 분단의 벽 삼아 수십년간 대치해 왔다. 금단의 땅 DMZ은 출입통제구역이여서 자연생태계는 잘 보존돼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DMZ내 지뢰 제거가 시작됐다. DMZ을 세계평화공원으로 조성하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며칠 전엔 DMZ을 둘레길로 개방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대상 지역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감시초소(GP) 철거, 유해 발굴 등 긴장완화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고성, 철원, 파주 등 3개 지역이다. 동부, 중부, 서부에서 한 곳씩 선발했다.
고성 지역은 통일전망대에서 시작해 해안 철책을 따라 금강산전망대까지 방문하는 도보 2.7㎞ 구간이다.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전망대까지 왕복 구간을 차량으로 이동하는 5.2㎞ 별도 코스도 있다. 고성 구간은 DMZ 외부 코스로만 꾸려져 이달 27일 우선 개방할 예정이다.
철원과 파주는 통문을 지나 DMZ 안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포함할 예정이다. 철원 구간은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시작해 DMZ 남측 철책길을 따라 공동유해발굴현장과 인접한 화살머리고지 비상주 GP까지 방문하는 15km 코스다. 파주는 임진각에서 시작해 도라산 전망대를 경유해 철거한 GP 현장까지 방문하는 총 21km 구간이다. 이들 지역은 앞으로 DMZ를 따라 한반도 동서를 횡단하는 ‘탐방길 연결사업’,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과 연계 예정이다.
DMZ 민간인 개방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이다. DMZ 둘레길은 919 군사합의 이후 조성된 군사적 긴장완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반길 일이다. 하지만 너무 서두는 게 아닌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개방 지역은 군사작전지역이자 접경지대인 만큼 관광객 안전이 걱정된다. 방문객들에게 민수용 방탄복과 헬멧을 지급하고 우리군이 경호 지원을 한다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개방할 필요가 있나 싶다. 국민안전보호 조치와 유엔사 승인 절차 등을 마무리하고, 남북관계도 안심 단계에서 개방하면 좋을 것 같다. 북한과도 협의를 하고, 안전에 대한 분명한 보장을 받은 뒤 길을 열어도 늦지 않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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