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페치카와 알려지지 못한 사람들

지난 4월11일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100년이라는 세월이 가지는 의미를 더해 이번 행사는 더욱 성대하게 치러졌다. 3월1일부터 시작한 독립의 횃불이 전국을 돌며 31운동을 재현하고 100주년 행사장에서 마지막 빛을 내뿜었고, 다양한 계층의 시민과 정치인들이 함께하는 행사가 여의도 벚꽃 나무들 사이에서 열렸다.

바로 100년 전 그 날에, 3ㆍ1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국내ㆍ외 독립운동가의 열망을 모아 상하이에 임시정부가 수립됐다. 대한한국 임시정부를 포함한 양대 독립운동 기관이 소재 하는 등 해외 독립운동의 주 무대가 됐다.

하지만 중국 본토만이 해외독립운동의 주 무대는 아니었다. 일본 내에서도 용감하게 맞서 싸운 학생 독립운동가가 있었고, 저 멀리 미주와 남미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독립운동을 주도한 영웅들도 있었다. 그리고 지역적으로 가까운 만주와 연해주지방에서 독립운동이 매우 활발했다. 국권침탈의 시기와 일제강점기, 만주침략시기와 중일 전쟁 중에도 만주 지방과 연해주 지방에서의 독립운동은 끊임이 없었다.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의 의거를 지원한 분에 관해서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분이 바로 최재형 선생이다.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 지방 독립운동의 대부라고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러시아의 세모노비치 선장에게 거둬져 견문을 넓히고, 재정 러시아의 연해주 개발에 힘써 많은 부를 축적하고 정치적으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올라갔다. 이를 바탕으로 최재형 선생은 연해주의 동포들의 생활지원에 크게 노력했고, 이에 신세를 진 연해주의 한인들은 집집마다 최재형 선생의 초상화를 걸고 최 페치카(난로)라고 칭송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연해주 동포들과 독립운동가들의 대부였던 최재형 선생에 관한 이야기는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고맙게도,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와 일화에 관해 뮤지컬을 제작해 널리 알린 뜻 깊은 사람들이 있다. 2019년 임시정부수립기념일 성남시 기념행사에서 광복회 성남시 지회의 후원으로 뮤지컬 형식의 갈라 콘서트를 통해 안중근 의사와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와 일화를 널리 알렸다. 지난 3월28일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최재형 선생 생가를 독립운동 기념관으로 개관한 것과 함께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널리 알릴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지난 2016년부터 자체 예산으로 4년째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을 개최하고 있는 성남시와 숨겨진 독립운동가를 널리 알려준 제작사에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는 비단 최재형 선생만의 일이 아니다. 당시 어쩔 수 없이 기록을 남길 수 없어 알려지지 못한 독립운동가들 또한 수도 없이 많다. 국가보훈처에서는 독립운동가 후손 찾기 운동을 통해 그런 분들을 발굴하고 있으며, 올해 100주년 행사에서 국무총리께서도 독립유공자 포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격변의 시기에 유공자의 헌신과 희생으로 성장했고, 그분들을 찾아내어 그에 어울리는 예우와 보상을 하는 것이 우리 후손들이 해야 할 일이다. 3ㆍ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우리의 해야 할 일에 부족함이 없도록 노력해야 함을 다시 한번 느낀다.

박용주 경기동부보훈지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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