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세먼지 배출 조작, 사업장 일제점검 통해 엄단해야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 대기업을 포함한 업체들이 대기오염물질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배출량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와 영산강유역환경청이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ㆍ황산화물 등의 배출량을 조작한 측정대행업체 4곳을 적발했다. 이들 4개 대행업체는 지난 2015년부터 4년여간 235곳의 대기오염물질 측정을 의뢰받아 측정값을 축소해 조작하거나 실제로 측정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허위성적서를 발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4천253건은 실제 측정값을 축소했고, 8천843건은 실제 측정하지 않고 한 것처럼 속였다.

이 가운데 LG화학 여수화치공장을 비롯해 한화케미칼 여수1~3공장, 에스엔엔씨, 대한시멘트,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 쌍우아스콘 등 6곳은 측정대행업체와 짜고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조작했다. 측정값을 축소한 4천253건의 경우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췄다. 배출 기준치를 173배 이상 초과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조작한 사례도 있고, 먼지와 황산화물 측정값을 법적 기준의 30% 미만으로 조작해 대기기본배출 부과금을 면제받은 사례도 있다.

온 국민이 극심한 미세먼지에 숨막혀 신음할 때 이들 업체는 정부와 국민을 속이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는 특정 기간의 수치를 조작해 달라고 부탁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도 주고받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운운하면서 뒤로는 정부와 국민을 우롱하고 파렴치한 행동을 하다니 배신감이 크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 15일 측정대행업체 4곳과 배출 농도를 조작한 배출업체 6곳을 대기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도 보강 수사를 거쳐 추가로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는 미세먼지 정책의 근본을 뒤흔드는 행위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강력 조치해야 한다. 기업이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이라지만 관련법과 기업윤리라는 게 있다. 배출업체들이 미세먼지 저감장치 설치 비용을 줄이면서 대기기본배출 부과금까지 면제받은 것은 부도덕한 일을 넘어 범죄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이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이대로 넘어가선 안된다.

문제는 이번에 적발된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게 환경부 해석이다. 경기ㆍ인천지역이라고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동안 많은 사업장들이 관행처럼 미세먼지 배출을 조작했을 수 있다. 환경부와 지역환경청은 전국 사업장에 대한 일제 점검을 벌여 불법행위를 엄단해야 한다. 배출업체와 측정대행업체에 대한 관리업무가 지방자치단체로 이양된 뒤 불법행위가 늘었다고 한다. 대기 정책을 총괄하는 환경부는 관리 업무에 소홀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관리ㆍ감독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대기 질 관리제도의 허점 등을 세심하게 살펴 종합개선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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