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조정은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중재도 필요하지만, 기초단체장들이 시민만 바라보고 일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의 말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소리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주목할 건 이 말을 한 배경이다. 용인시와 대단히 의미 있는 합의를 이뤘다. 7년여를 끌어왔던 경제조정을 타결했다. 중앙 정부와 경기도의 중재에도 안 풀리던 문제다. 이 문제를 백군기 용인시장과 만나 최종적으로 풀어냈다.
시작은 어린 아이들의 불편이었다. 용인시의 한 아파트 문제였다. 1994년까지 수원시에 포함돼 있었다. 영통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용인시로 편입됐다. 당시는 거주 주민이 없어 큰 문제가 없었다. 이후 아파트가 건립됐고 인구가 집중됐다. 246m 떨어진 초등학교가 있지만, 수원시 학군이다. 아이들이 1.9㎞나 떨어진 용인시 학군으로 다녀야 했다. 8차선 도로를 건너는 위험까지 감수했다.
2012년부터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했다. 제일 먼저 교육청이 나섰지만 해결하지 못했다. 2015년 경기도가 문제의 아파트 지역과 다른 지역을 교환하라는 중재안을 냈다. 용인시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단추를 꿰기 시작한 건 두 시다. 주민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했다. 지난 3월 양 지역 시의회가 찬성의견을 내자, 4월에 경기도의회가 경계조정 안건을 통과시켰다. 18일 두 지역 시장의 협약식은 이런 노력의 마무리였다.
주민 거주 지역의 경계조정은 쉽지 않다. 지역민의 이해관계가 대체로 상충한다. 덧셈 뺄셈에 대한 셈법이 서로 달라서다. 그런 면에서 이번 합의는 대단히 특별하다. 사실상 전국에서 처음 있는 타결이다. 정부 또는 광역지자체가 찍어 누르기만 했다면 되지 않았을 것이다. 공청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들었다. 그 의견을 조정안에 반영했다. 그런 노력이 모여서 최종 합의가 가능했다. 협약식에서 염 시장이 한 말의 의미도 여기 있다.
지자체간 갈등은 어디에서든 상존한다. 때로는 화장장 설치 문제로, 때로는 비행장 이전 문제로, 때로는 쓰레기 처리 문제로, 때로는 문화역사 문제로 갈등한다. 어찌 보면 지방자치가 가져온 행정적 숙명이다. 인접 시는 어쩔 수 없는 잠재적 경쟁자다. 지금도 풀지 못한 지자체간 갈등이 수두룩하다. 한 번쯤 수원ㆍ용인의 경계조정 합의의 예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두 지역 책임자가 보여준 소통과 소신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공교롭게도 지역 간 갈등이 여전히 산적해 있는 것도 수원시다. 인접 화성시와 엮인 갈등-화장장ㆍ비행장-이 꽉 막혀 있다. 염태영 시장에게는 또 다른 숙제가 여전히 놓여 있는 셈이다. ‘시민만 보고 가니 답이 있더라’는 경험을 화성시와의 갈등 해소에도 접목하기 바란다. 화성시장도 이번 합의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담대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리가 ‘수원시-용인시 합의’를 보며 소망하는 ‘수원시-화성시 합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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