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요청한 수도권 규제 개선 건의안을 봤다. 접경ㆍ낙후 지역을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에서 빼자고 했다. 해당 지역은 김포ㆍ파주ㆍ연천ㆍ동두천ㆍ포천시와 양평ㆍ가평군이다. 군사분계선으로 규제받고,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규제받는 지역이다. 그러면서 지난 40여 년간 수정법 규제까지 받아왔다. 이걸 근본적으로 해결해달라는 요구다. 수정법을 뜯어고치자고 했다. 근래 등장했던 어떤 대안보다 본질적이고 실효적이다.
8개 시군에 대한 중복 규제야말로 규제 망국(規制亡國)의 대표적 예다. 지역 낙후도에서 지방보다 훨씬 뒤진다. 연천군의 지역 낙후도는 전국 98위다. 충북 음성 48위, 강원 원주 63위보다 훨씬 못 산다. 나머지 7개 시군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수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꽁꽁 묶여왔다. 지역균형발전은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책무다. 그 균형발전 이론에도 정면 배치되는 근거 없는 규제다. 따지고 보면 위헌적 요소가 농후하다.
이번 요구가 시의적절했던 근거도 있다. 법 개정의 필요성을 정부 판단에서 설명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3일 예비타당성조사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지방 낙후 지역에 대한 배려 차원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평가 항목을 다르게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서 수도권 내 접경ㆍ낙후 지역도 비수도권으로 분류한다고 명시했다. 8개 시군에 비수도권 낙후 지역과 같은 법률적 지위를 부여한 것이다. 도가 이를 근거로 삼았다.
예타제도 개편은 20년 만이다. 1999년과 달라진 여건을 반영한 정부의 결단이었다. 기존 예타제도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셈이다. 그 핵심에 낙후 지역에 대한 개념 변화가 있다. ‘수도권이라도 낙후됐다면 지원대상이다’라고 바꿨다. 그렇다면 모법(母法)인 수정법을 바꿀 차례다. 수정법에서는 8개 시군을 계속 수도권으로 묶어두고, 하위 제도에서는 낙후지역으로 푼다면 더 없는 모순이다. 현실에서 빚어지는 법률의 충돌이다.
예타제도 개편에 반대도 많았다. 예산 지키기의 담을 허문다는 지적이었다. 그런데도 정부가 밀어붙였다. 국가의 경제 상황을 감안한 고육책이었다. 결국, 대통령 뜻 아니었겠나. 우리는 그렇게 본다. 경기도가 요구한 이번 요구의 답도 그래서 대통령에 달렸다. 예타제도를 바꿀 때의 절박함으로 이번 문제를 들여다 봐주기 바란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은 통치행위다. 대통령이 결심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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