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헤이세이 시대에서 레이와 시대로 바뀌는 일본

한국에는 없고 일본에는 있는 가장 특징적인 제도 중의 하나는 천황제(天皇制)다. 이명박 전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의 천황에 대한 발언에 대해서 일본이 그렇게 심한 반발을 하는지를 잘 이해하는 한국인은 많지 않다. 한국 입장에서 천황이라는 존재는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상징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전후 천황의 법적 지위는 메이지 헌법 하에서의 지위와 전혀 다르다.

메이지 헌법(4조)에서 천황은 통치권을 보유하는 국가의 원수로 규정하지만, 전후 헌법에서는 천황에 대해 국가의 상징(1조)이며, “국정에 관한 권능이 없다(4조)”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헤이세이 천황은 8월15일 전몰자추모식 등에서 “과거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 등을 표명해 왔다. 이런 천황에 대해서 사죄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한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최근 한국의 언론에서 천황이라는 용어 대신에 일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수상 간에 체결된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한국 정부는 천황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했다. 또한 중국에서도 천황이라는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표준 국어대사전에서는 천황의 의미를 “일본에서, 그 왕을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군주의 공식적인 명칭인 ‘천황’이라는 용어 대신에 한국에서 일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실익은 있을까?

일본에서 천황은 정말로 중요한 존재이며, 천황의 변경은 일본에서 정말로 중요한 변화이다. 일본의 원호법 제2조에 의거해, 일본에서는 황위 계승이 있는 경우 원호(연호)도 변경된다. 전후 헌법 제2조에서는 황위는 세습하며, 그 구체적인 내용은 국회가 의결한 황실전범(皇室典範)에서 규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황실전범 제4조에서는 천황 사후(死後) 승계의 원칙을 규정한다.

다만 현재 헤이세이(아키히토) 천황은 생전(生前) 퇴위를 희망했으므로, 일본정부는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으로 헤이세이 천황의 생전 퇴위를 인정했다. 참고로 헤이세이 천황은 퇴위 이후에는 상황(上皇)이라고 불리게 되며, 기본적으로 천황의 지위에 준하는 위상을 가지게 된다.

올해 5월1일부터 기존의 헤이세이 시대는 끝나고, 레이와(令和, Reiwa) 시대가 시작된다. 지금까지 일본의 원호는 중국 고전을 출전으로 했는데, 새롭게 결정된 레이와라는 원호는 일본의 고전시가집인 만요슈(万葉集)를 출전으로 한다. 원호는 통상 한자 2글자로 구성되며, 국민의 이상(理想)이 담겨 있다.

아베 수상이 중국고전이 아니라, 일본고전을 인용한 원호를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레이와라는 원호의 사용에 대해서 일부 외국에서 일본의 우경화, 국수주의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한편 레이와라는 원호에 대해 일본에서는 주로 일본의 평화에 대한 염원이 담겨 있다고 설명한다. 일본의 원호가 바뀌면 정부에서 발간하는 공식자료 등의 원호를 변경해야 하며, 기업 측에서 발간하는 자료의 원호 등의 수정도 필요하다.

아마도 일본에서 올해 있는 가장 큰 변화는 소비세율 인상(2019년 10월)과 함께 원호 변경(2019년 5월부터)일 것이다. 일본은 원호 변경을 맞이해, 일본사회에서는 축하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앞으로 레이와 시대를 맞이하는 일본이 평화와 번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박성빈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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