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독립운동 학교 유적지를 찾아서] 5. 수원 고등농림학교

기숙사 탈출한 학생들 합류 ‘뜨거운 외침’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서도 “대한독립 만세”

3월 1일, 수원 방화수류정과 수원역 인근에서 시민 4천여 명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방화수류정과 수원역에 운집한 시민과 청소년들은 만세삼창을 하고, 행궁광장까지 행진했다. 수원시청 제공
3월 1일, 수원 방화수류정과 수원역 인근에서 시민 4천여 명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방화수류정과 수원역에 운집한 시민과 청소년들은 만세삼창을 하고, 행궁광장까지 행진했다. 수원시청 제공

수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수원화성’이다. 수원 한가운데 있어 접근성이 매우 좋아 시민들의 휴식처다. 수원화성은 우리나라 성곽문화의 백미로 뽑힌다. 우리나라는 물론 외국 성곽의 장점만을 흡수해 완벽하게 건설된 도시 성곽이며, 세계 최초로 계획된 신도시라는 것이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등재 문화유산으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100년 전 3·1 운동 당시 경기도 독립운동의 중심이며 최대 항일 유적지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다.

격동의 세월을 거친 수원화성으로 역사 여행을 떠나 보도록 하자.

3·1 운동은 민주주의, 평화, 비폭력의 정신이 빛나는 독립운동이다.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 곳곳에서 매일 일어났고, 수원은 민족대표 48인 중 김세환의 지시로 기독교와 학생을 중심으로 전개됐으며 청년, 노동자, 농민, 여성 등 계층을 넘은 교육·노동운동을 매개로 한 민중항쟁 성격을 띠고 있다.

수원 지역의 3ㆍ1 운동은 화홍문 방화수류정의 만세운동을 시작으로 4월 중순까지 지속적으로 일어났다. 천도교도와 기독교도, 유학자들, 그리고 농민, 학생, 상인들과 기생들까지 수원의 모든 민중들이 참여해 독립의 의지를 불태웠다.

일제 통감부가 우리나라에서 농업기술의 실험, 조사 및 수탈을 위해 설치한 권업모범장(勸業模範場, 농축산 기술 향상과 종자개량 목적의 관청) 부속으로 운영 중이던 수원고등농림학교(현재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기숙사생도 36명이 3월 3일 밤 몰래 탈출해 서울의 시위운동에 합세했다. 1920년대에도 동맹휴학과 비밀결사 등 항일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수원시가 3·1 운동·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창작 뮤지컬 ‘독립군(獨立群)’ 공연 장면. 수원시청 제공
수원시가 3·1 운동·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창작 뮤지컬 ‘독립군(獨立群)’ 공연 장면. 수원시청 제공

당시 화성행궁 봉수당은 일제에 의해 자혜의원이라는 병원으로 사용됐다. 또한 화성행궁 북군영 일대는 수원경찰서가 자리를 잡고 있었으며 수원 지역의 구심점인 행궁을 와해시키려는 일제의 주도면밀한 ‘작전’이었다. 자혜의원 앞에서 김향화와 30여 명의 기생들은 ‘대한독립만세’를 큰소리로 외쳤다. 자혜의원 앞 수원경찰서에는 일본 경찰과 수비대가 총칼을 차고 근무했으나, 김향화와 기생들은 일제의 총칼에도 굽히지 않고 만세를 불렀다. 기생들이 독자적으로 조직적인 만세운동을 벌인 것은 수원이 최초였다.

방화수류정 동쪽 언덕 삼일실고(현 삼일공고) 정문 앞은 현충탑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 현충탑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노구찌의 순국비를 세웠다. 노구찌는 사강주재소의 순사부장으로 3월 28일 사강에서 벌어진 만세운동에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인물이다. 성난 민중들이 주재소를 습격해 달아나는 노구찌를 돌로 쳐 죽였다. 일제는 만세운동이 어느 정도 가라앉자 노구찌 순국비를 세웠다. 1945년 광복을 맞이하자 수원시민들이 몰려가 노구찌 순국비를 부수고, 1948년 8월 15일 그 기단 위에 대한민국 독립기념비를 세웠다. 안타까운 것은 노구찌의 순국비는 모두 깨버렸지만 기단은 그대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3·1 운동 역사도 100년이 됐다.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이들의 투쟁과 희생으로 독립을 쟁취했으며 오늘의 발전을 이루었다. 시대는 달라지고 상황은 바뀌었지만 3·1 운동의 정신은 이어나가야 한다. 3·1 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수원화성을 찾아 100년 전에 울렸던 그날의 함성을 아이들과 같이 나누고 싶다.

이상규 수원 신풍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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